러시아군의 공격으로 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단지의 부속 건물에서 화재가 일어났다. 현지 소방당국이 화재 진압에 나선 가운데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비롯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 속에 러시아군은 결국 포격을 중단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응급서비스국(SES)은 텔레그램에 올린 성명을 통해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의 원전단지 경계 바깥 '교육훈련 빌딩'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SES는 "현지시간 오전 5시 20분(우리시간 오후 12시 20분) 화재 현장에 출동했다"며 "현재 약 40명의 소방관과 10대의 장비로 화재 진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화재가 원전의 '필수 장비'에는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전해왔다"며 "원전 주변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제니퍼 글랜홀름 미국 에너지부 장관도 우크라이나 장관에게서 들었다면서 "원자로는 견고한 격납 구조로 보호되고 있으며 원자로는 안전하게 폐쇄됐다"고 트위터를 통해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 중 하나다.
구 소련 시절인 1984년부터 1995년 사이에 건설됐으며 총 발전량은 4백만 이상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5.7기가와트(GW)로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긴급 연설을 통해 "모스크바는 자포리자 원전을 폭파해 체르노빌 참사를 재현하려 한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 잇따라 통화하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에 원전 주변의 군사작전을 중단하고 화재 진압과 안전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요구했다.
존슨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무도한 행동은 유럽 전체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와 경고 속에 러시아군은 자포리자 원전을 겨냥한 포격을 결국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력 발전소 화재 소식을 전하며 러시아를 규탄했던 에네르호다르시의 트미트로 오를로프 시장은 "이제 러시아군의 포격이 중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