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남동부 자포리자주 에네르호다르시의 트미트로 오를로프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날 새벽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자포리자 원전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를로프 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 건물과 부속시설에 대한 러시아군의 지속적인 포격으로 발전소가 불타고 있다"며 "세계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자포리자 원전의 안드리이 투스 대변인은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의 포격이 자포리자 원전 단지의 원자로 6기 가운데 하나를 직격,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주차장을 비추는 실시간 CC(폐쇄회로)TV 영상을 보면 섬광을 동반한 포탄 공격으로 부속시설 등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된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원전으로, 유럽에서 가장 큰 원자력발전소 중 하나다.
구 소련 시절인 1984년부터 1995년 사이에 건설됐으며 총 발전량은 4백만 이상의 가정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5.7기가와트(GW)로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생산의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자포리자 원전을 향해 전방위에서 공격이 가해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즉각 포격을 중지해야 한다. 소방대에 안전구역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원전 주변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모든 군대에 발전소 근처에서 폭력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IAEA는 다만 트위터에서 "우크라이나 원자력 관계자로부터 자포리자 원전 단지의 방사능 수치에는 변화가 없다는 보고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소 화재 소식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고, 백악관은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긴급 연설을 통해 "모스크바는 자포리자 원전을 폭파해 체르노빌 참사를 재현하려 한다"고 핵 재해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