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후보와 3위 후보의 단일화인만큼 중도·보수 지지층이 결집하며 적지 않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과, 안 후보가 자신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손바닥 뒤집 듯 뒤집은 데다 안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 표심이 윤 후보에게만 향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어 대선의 향배가 더욱 미궁으로 향하고 있다.
경쟁자에서 하루아침에 동지된 尹-安…與 "손가락 자른다더니?" 맹비난
윤 후보와 안 후보는 3일 오전 국회에서 후보 단일화 선언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저희 두 사람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의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며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전날인 2일 밤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날을 세우던 두 후보였지만, 토론을 마친 후 3일 새벽 양자 회동을 통해 뜻을 모은 후 날이 밝자 바로 기자회견을 연 것이다.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을 믿고 안 후보와의 연대에 공을 들이던 더불어민주당이었지만, 단일화 소식이 전해지자 바로 태세를 바꿔 안 후보를 맹비난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우상호 총괄본부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이라고 규탄했다.
다수의 민주당 인사들은 입장문과 SNS 등을 통해 안 후보가 지난 23일 "상대방을 떨어뜨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 그 사람이 당선되면 1년 후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언급하며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다더니 약속을 뒤집었다", "단군 이래 최악의 거짓말쟁이"와 같은 비난을 쏟아냈다.
상수같은 변수였지만 성사된 단일화…보수야권 재결집 가능성
중도 표심을 소구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는 윤 후보, 단일화를 가정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보였지만 짙은 보수색을 아우르기에는 리더십이 약한 안 후보가 서로의 부족한 지지층을 보완해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지난달 20일 안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이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중도층 지지율이 일관되게 하락했는데, 이번 단일화 선언으로 인해 안 후보 지지층이 이를 매워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안 후보 포섭에 실패해 국민의힘 지지층만으로 선거를 치뤘을 때 이기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다시 윤 후보로 결집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다수 여론조사의 결과를 살펴봤을 때 초박빙 판세임에도 윤 후보가 오차범위 안팎에서 이기는 것으로 나온 조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에 지지율을 더하면 더했지 끌어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국민의힘 관계자들의 중복된 전언이다.
선거 직전 단일화는 '야합'…분노한 범진보 지지층 결집 가능성도
반면 두 후보의 후보 단일화가 불과 선거를 6일 남기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통합'보다는 '야합'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불과 몇 시간 전만해도 TV토론회에서 유능한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한편 윤 후보의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에 "강의하려 여쭤본 것이 아니다"라고 냉대했던 안 후보였기 때문에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본인이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국민의힘이 대응하지 않았다며 스스로 제안을 거뒀고, 윤 후보를 "무능한 후보"로 까지 표현하다가 이를 다시 뒤집었다는 측면을 감안했을 때 안 후보가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자 지지율을 올려줄 수 있는 인물인지에 대한 의문후보도 커지고 있다.
안 후보의 완주를 믿고 있다가 뒤늦게 합의 사실을 알게 된 국민의당 내부에서 "쓰디쓰다"는 실망감이 나오는 부분도 민주당의 기대와 결을 같이 한다.
'Again 1997'이냐 'Again 2012'냐…安 지원사격 효과와 깜깜이가 변수
이처럼 엇갈리는 분석으로 인해 이번 단일화가 1997년 대선 모델이 될지, 아니면 2012년 대선 모델이 될지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9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박빙 구도를 이어가던 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자유민주연합 김종필 총재와의 이른바 'DJP연합'을 통해 1.53%p차 신승을 거뒀다.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벌이던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후보 사퇴로 사실상의 단일화를 이뤘음에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과반 득표를 허용하며 3.53%p차로 패했다.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4일을 하루 앞두고 단일화가 이뤄진 만큼 사전투표부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파급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단일화 선언의 효과가 퍼지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고, 안 후보가 이후 윤 후보를 유세 현장 등에서 얼마만큼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돕느냐에 따라 그 파급력이 긍정적일지, 부정적일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3일부터 실시되는 여론조사는 공표가 금지돼 단일화의 효과를 지표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은 단일화의 부작용을, 국민의힘은 단일화의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각각 지지 호소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과거 대선 사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유권자들이 뽑을 후보를 결정하는 시기는 대선 2주 이내가 30%이고, 선거 당일이 7%에 달할 정도로 막판 변수의 영향력은 적지 않았다"며 "안 후보가 윤 후보의 손을 잡고 합동 유세를 어떻게 하느냐, '자리 나눠 먹기식 야합'이라는 여당의 주장이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단일화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