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사이 야권 단일화가 사전투표를 하루 앞둔 3일 극적으로 성사되면서 국민의힘 내부의 '자강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야권 지지층에게는 안정감을, 중도층에게는 확장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이 대세다. 다만 예상보다 단일화 효과가 적을 수 있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꾸어 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며 원팀(One Team)선언을 했다.
회견문에는 대선 이후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까지 서로 협의한다는 '통합정부' 구성 원칙이 담겼고, 두 당이 선거 즉시 합당을 추진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두 후보는 서로의 슬로건을 합쳐 "국민들이 원했던 공정과 상식, 과학기술중심국가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안 후보가 이날 오후 12시 30분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하며 야권 단일화의 모든 절차가 끝났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단일화가 물리적 최종 시한이라 할 수 있는 사전투표 직전에 극적으로 성사되며, 정권교체 여론에 편승효과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가장 절묘한 타이밍에 단일화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윤 후보의 지지율이 묶여 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주도권이 야권으로 확실히 넘어왔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초박빙 승부에 불안함을 느끼던 전통 지지층을 안심시키고, 이들을 투표장에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무엇보다 지지층에 심리적인 안정감을 많이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산 등 야권 지지세가 생각보다 덜한 곳에서 결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중도층과 청년층에게도 어필할 기회를 확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권교체 여론의 선봉이지만 국정운영 능력에는 아직 의문이 따르고 있는 윤 후보가, 과학기술·교육·산업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역량을 보여준 안 후보에게 자신의 권한을 나눠준다고 선언한 자체가 5~10% 안팎의 부동층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선대본부 관계자는 "안 후보까지 끌어안았으니 통합정부는 물론, 국민의힘의 보수 색채도 많이 옅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일화 이전에 이미 보수층이 결집했고, 안 후보 지지층 중 일부는 여권 지지세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지율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후보 지지율은 윤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분산된다고 봐야 한다"며 "윤 후보 지지율이 1~2%p 높아지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선대본부 관계자도 "단일화 결렬 선언 전후로 윤 후보의 지지율은 오름세였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동이 없었다"며 "현재까지도 안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은 양당 후보를 모두 안 좋게 보는 분들이기에 대체로 투표장에 안 나오실 것이라 봐야 한다. 더 중요한 변수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실수를 줄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