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 구단주'부터 'KGB 동료'까지…재산 절반 날린 러시아 재벌들

서방의 대러 제재가 본격화되면서 러시아 신흥재벌들의 반전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올리가르히(oligarchs)'라고 불리는 이들은 구소련 해체 후 국가 소유의 자산을 차지하면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소련 시절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었던 국가보안위원회(KGB) 시절부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줄을 발판 삼은 경우도 있다.

美, 러시아 재벌 추적단 구성…푸틴 KGB 동료도 타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유럽동맹과 함께 요트, 호화 아파트, 전용기를 찾아서 압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이후 이들 '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왔다. 미국 법무부는 '올리가르히'를 추적하는 특별팀 구성도 같은날 발표했다. 절도범 체포라는 뜻의 '클렙토 캡쳐'라고 명명된 특별팀은 리사 모네코 부법무장관이 지휘한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 올리가르히가 소유한 40여대 전용기와 헬기들이 미국과 범죄인 인도협정이 맺지 않은 곳으로 이미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유럽연합(EU)도 미국의 제재에 발 맞추고 있다. 당장 EU 제재 명단에 추가된 '올리가르히'만 26명이다. 러시아 연방전부 부총리를 지내기도 한 이고르 세친이 눈에 띈다. 세친은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CEO다. 푸틴의 큰 딸 마리야의 대부이자 최측근인 세르게이 롤두긴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에 따르면 롤두긴은 은행과 역외 회사 70곳을 통해 최소 20억 달러(약 2조4090억원)를 돈세탁하는데 책임이 있다. 푸틴의 전 KGB 동료인 니콜라이 토카레브 러시아 국영 송유관회사 트란스네프트 CEO,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 등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이고리 세친 회장. 연합뉴스

하룻밤 새 사라진 15조…英 명문 축구구단 첼시 넘기기도

제재의 고삐가 조여오면서 이들 '올리가르히'의 재산이 우크라이나 침공 후 일주일 만에 무려 830억 달러(100조316억원)가 증발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러시아 최대 독립 석유회사 루크오일의 회장 바기트 알렉페로프(Vagit Alekperov)의 재산은 130억 달러(15조6500억원)가 사라졌고, '니켈왕' 블라디미르 포타닌(Vladimir Potanin)은 60억 달러(7조2200억원) 이상을 손해봤다고 한다. 포타닌은 미국 구겐하임 미술관 이사직 사임을 밝히기도 했다.

천문학적인 재산 손실이 발생하자 일부 '올리가르히'는 반전 목소리를 내면서 푸틴 대통령을 압박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루살의 회장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가능한 빨리 평화회담이 시작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구단주. 연합뉴스

또 다른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첼시를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아브라모비치는 "구단 매각에 따른 수익금 전액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자들을 위한 자선 재단을 만드는 데 사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내에서 아브라모비치의 자산 몰수와 함께 구단주 자격까지 박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순수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며 이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명문 구단주로 발돋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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