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택 시흥시장 "동양 최대 해양도시 건설…항해 계속할 것"

K-골든코스트 밑그림 후 거북섬 '대변신'
향후 4년 주변 개발로 관광 인프라 확충
'죽음의 호수' 시화호 일대 관광벨트 총력
의료·첨단산단, '굴뚝 없는' 신성장 동력
서울대병원 유치, 자율주행 연구단지 주목
50만 시흥…"머물고 싶은 교육도시 건설"
자연환경·서울대·첨단산단 연계 교육체계

임병택 시흥시장이 GPS 지도를 통해 보여준 거북섬의 2018년 모습과 최근의 전경 비교 항공사진. 시흥시청 제공
4년 전 처음 경기도 시흥시장이 된 임병택(49) 시장의 고민은 하나였다. '어떡하면 공장 이미지를 벗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펼친 건 '지도'였다. 그리고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바다'였다. 시흥의 서쪽 허리를 파고든 15㎞ 해협. 동양 최대의 해양도시 건설의 꿈은 그렇게 시작됐다.
 
2년 전 CBS와의 인터뷰에서 "호주 부럽지 않은 한국판 골든코스트를 만들겠다"던 임 시장의 계획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달 22일 시장 집무실에서 다시 만난 임 시장은 또다시 인터넷 지도를 펼쳤다. 항공사진을 가리키며 그동안의 변화를 차분하게 설명해 나갔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지난달 22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CBS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시흥시청 제공
이른바 'K-골든코스트'는 거북섬에서 시작됐다. 서해안 매립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공섬으로 한때 인접한 시화호와 함께 '죽은 땅'으로 불렸지만, 이제 사진 속에서는 푸른빛이 감돌았다.
 
거북섬 주변으로 세계 최대 인공서핑장인 '웨이브파크'가 들어섰다.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공사가 한창이다. 4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변화다.
 
임 시장은 "그간 성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변화상"이라며 "바다가 있는 시흥의 정체성을 살린 사업들이 계속 순항할 수 있도록 키를 잡고 길잡이 역할을 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K-골든코스트 관광벨트 순항 "앞으로 4년에 달렸다"

 임 시장은 웨이브파크와 함께 거북섬을 중심으로 한 관광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 9월 개장한 웨이브파크는 누적 관광객 10만 명을 넘기며 시흥의 명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열고 닫기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임 시장은 "교육 프로그램 연계, 시흥서핑팀 창단, 각종 공익 마케팅 등으로 위기를 돌파해왔다"며 "더 큰 시너지를 내기 위해 주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시흥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래 먹을거리로 거듭나려면 주변 개발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경기도 시흥 거북섬 일대 개발사업 관련 조감도. 시흥시청 제공
웨이브파크 옆으로 2천실, 50층짜리 호텔·레지던스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층 숙박업소들이 밀집한 바다 건너 인천 송도와 맞먹는 체류형 해양관광지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또 시흥시는 인근에 860억 원을 들여 관상어를 관람·연구하는 아쿠아펫랜드를 건설하고 있다. 마리나와 해양생태과학관, 키즈몰, 월곶·오이도항 등 관광 인프라를 다각화할 계획이다.
 
그는 "여러 형태의 인프라를 집적시키려면 최소 3~4년은 더 걸릴 것"이라며 "안정적으로 지역의 백년대계를 매듭짓기 위해 지난 4년으로는 부족하다"고 재선 의지를 보였다.
 

굴뚝 없는 산업…시흥 '신성장 동력' 구축 박차

 시화산단 등 기존 제조업 중심의 산업체계를 탈바꿈하는 것도 과제다. 임 시장이 K-골든코스트의 한 축이자 지역의 신성장 동력으로 의료·첨단산업단지를 내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 시장은 "시흥의 굴뚝 없는 산업이 지역과 나라를 먹여 살릴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핵심은 2020년 경기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배곧지구개발로, 2027년까지 1조 6천억 원을 투입해 글로벌 교육·의료 복합클러스터와 육·해·공 무인이동체 연구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임병택 시흥시장이 인터뷰에서 자신의 시정 계획 등을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임 시장은 줄곧 대형 화면에 구글맵 등을 띄우며 정책사업에 대한 구상을 설명했다. 시흥시청 제공
의료단지 조성은 인근 송도세브란스병원과의 수요 중복으로 정부의 사업타당성 조사가 2년가량 지연되는 등 고비도 있었지만, 그는 지역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겨 더욱 고삐를 조여 왔다.
 
시흥시는 서울대와 거듭 관련 업무협약을 맺는 등 공동 대응하며 시흥캠퍼스 내 의료바이오헬스 융·복합 연구단지와 오픈이노베이션 단지 조성 등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해 4월 800병상 규모의 시흥배곧서울대병원(가칭) 유치를 확정한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해당 병원은 2026년 말 개원 예정으로 진료와 연구가 융합된 의료복합단지로 주목받는다. 시는 관련 보건의료산업체들이 늘어나 향후 30년간 14만 명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했다.
 
이와 함께 배곧동 일대 축구장 123개(0.88㎢)에 달하는 땅에는 무인 자동차·선박·항공기 등을 개발·실증할 수 있는 매머드급 연구단지도 들어서 국내 자율주행 산업의 거점이 될 전망이다.
 
임 시장은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미래형 의료기관과 4차 산업 유망기업들을 유치하는 게 K-골든코스트의 중요한 한 축"이라며 "바이오·미래차의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다 품은 교육도시로 '살고 싶은 시흥' 건설

지난 1월 임병택 시흥시장은 시청 글로벌센터에서 신년 언론 간담회를 열고 시정 운영 계획을 밝혔다. 시흥시청 제공
배곧신도시 등 도시팽창으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정주여건을 높이는 것도 또 다른 고민거리다.
 
임 시장은 "시흥시는 올해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지위를 획득했다"며 "이젠 오래 머물고 싶은 주거 환경과 조건을 갖춰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시정목표로 '교육도시 건설'을 내걸었다. 교육에 대해 임 시장이 주목한 것 역시 바다를 품은 시흥의 자연환경이다.
 
그는 "바다를 보고 자란 아이와 대치동 학원에서 배운 아이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며 지역에 기반한 교육체계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도심 내 갯골과 호조벌, 자연 정화된 시화호를 비롯해 K-골든코스트의 주요 사업지 등 지역에서 얻을 수 있는 체험학습 재료를 활용해 마을 혁신교육의 성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평소 지도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임 시장이 취재진에게 K-골든코스트 관련 사업 성고를 설명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
이 같은 맥락에서 전국 최초로 동별 특성에 맞춘 '마을교육자치회'가 꾸려졌고, 시는 이를 기반으로 지역의 '돌봄'과 '평생교육' 사업까지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메타버스(가상현실 확장) 기술을 활용한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하고,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교과를 연계한 교육협력센터를 구축하는 등 교육공간 확장에도 주력하고 있다.
 
2024년 교육도시 사업이 안착될 때까지 순차적으로 모두 17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임 시장은 "엘리트 교육시대는 끝났다"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희망 사다리가 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교육의 주체가 되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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