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초반부터 거세게 따져 물었습니다. 20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일 마지막 TV토론이었죠. 사회 분야, 그중에서도 '복지정책과 재원조달 방안'이라는 주제 속에서 꺼낸 질문입니다.
다른 후보들은 심 후보 발언 중 차례로 짧게 답했습니다. "저기, 전 냈습니다(국민의당 안철수)", "우리도 냈습니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표로 다 냈습니다(국민의힘 윤석열)." 목소리가 크진 않았으나 담당 수어통역사들도 모두 반응했으니 부인하시긴 어려울 겁니다.(KBS 유튜브 https://youtu.be/ONR1ectaniI , 24분 55초~25분 12초)
이재명·안철수·윤석열 "재정계획 냈다" [거짓]
심상정 후보 공약집 끝부분에 '공약이행 소요재원' 141조원이 '재원조달 방안'과 함께 지출항목별, 세목별로 정리돼 있는 것과 대비가 됐습니다.
그러므로 TV토론에서 심 후보 외 나머지 세 후보들이 이구동성으로 "다 냈다"고 밝힌 건 '거짓'으로 판정하겠습니다.
물론 이들이 공약에 들 예산을 공약집이 아니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적은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재원 확보 방안이 뚜렷하지 않고 소요될 재정 수준도 두루뭉술했습니다.
심 후보는 "예전(과거 대선) 후보들은 부실하지만 정책공약집에 재정계획을 다 냈다"며 "내일이라도 당장 내셔야 한다. 양심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이재명, 손실보상 얘기 안 해" [거짓]
"이 후보나 민주당에서는 작년에 내내 실질 손실에 대한 피해보상 이야기는 안 하셨고, 계속 '전국민 재난지원금 30만원 준다, 50만원 준다'는 말씀만 하시다가…"
그러나 이재명 후보가 지난해 '손실보상' 얘기를 안 했다는 윤석열 후보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재명 후보가 손실보상 강화를 역설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8월 25일 페이스북엔 "손실보상금을 9월 추석 전 지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썼고 12월 20일 공약 발표 땐 "반쪽이 아닌 온전한 손실보상이 돼야 한다"며 지급 대상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그런데도 윤석열 후보는 지난달 21일 1차 토론에서도 "이재명 후보께서 그동안 손실보상 얘기는 한 적 없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얘기만 내내 하셨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두 발언 모두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이재명 "증세, 자폭행위라고 안 했다" [거짓]
그러자 이재명 후보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심 후보가 "윤석열 후보한테 들을 법한 얘기"라고 비꼬았지만 "그런 얘기를 한 적 없는데 지어내신다"고 재차 밝혔습니다.
심 후보가 없는 얘기를 지어낸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후보가 알고도 시치미를 뗀 게 아니라면 과거 자신이 했던 발언을 잊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좌파적 관념' 발언은 지난달 2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 중에 나왔습니다. "저는 심 후보께서 증세가 정의라는 일종의 좌파적 관념을 많이 가지고 계셔서 그렇다"라고 분명히 말했었네요.
또 하나는 그 유명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 인터뷰에서였습니다. 지난해 12월 25일 공개된 영상에서 이 후보는 "증세는 사실 정권을 유지하는 입장에서 자폭행위라는 걸 모르는 바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삼프로TV https://youtu.be/y6DlTb3t8Bo , 1시간 3분 6초~1시간 3분 28초)
따라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물론 발언의 의도가 증세 회의론에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후보는 이어 "서구 선진국들은 증세에 대한 저항이 별로 없다. 왜냐하면 세금을 올리는 게 나에게 이익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서 그렇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심상정 "윤석열 산재예방 공약 없다" [거짓]
그러나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취재 결과, 윤 후보 공약집 중 '국민 안전' 대목의 첫 장에는 '산업재해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문구가 제목으로 잡혀 있었습니다. 소규모 사업장, 건설 현장 등 취약 사업장에 대해 예방 기술이나 예산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여기에 담겼습니다. '거짓' 판정합니다.
안철수 "탄소 배출원 31%가 제조업" [사실]
어느 통계를 근거로 했을까요. 국민의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구체적으로 수치를 언급한 걸 보면 공신력 있는 자료가 근거였을 것 같다"면서도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밝힌 수치는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벤처'의 연구에 담겼던 자료에 기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조사에서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제조업이 31%, 전력생산이 27%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안 후보 주장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에너지 정책을 논할 때는 세계적 기준 대신 국내 기준에 맞춰서 판단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