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거룩한 밤'부터 퐁세의 '작은 별'까지. 40년 만에 잡은 활이지만 어릴 적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불렸던 그답게 김 이사는 근사한 연주를 들려줬다.
음악회를 마친 후 김 이사는 어머니(이연자씨)에게 연주하는 사진을 보여줬다. 어머니는 사진을 갖고 다니면서 동네방네 자랑했다. 김 작가에겐 "아들이 다시 바이올린을 켜게 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연주 내내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던 김 이사는 그런 어머니를 보며 "최고의 효도를 한 것 같다"며 행복해 했다.
세간에는 국내 게임업계 1세대 기업가, 17조 원대 자산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지인들은 김 이사를 '음악을 사랑한 천재'라고 이야기한다.
김 이사의 어머니는 서울대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는 어릴 적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에 푹 빠져 살았다. 실력도 출중했다. 1979년 이화경향콩쿠르(28회)에서 초등부 바이올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화경향콩쿠르는 피아니스트 손열음, 조성진 등을 배출한 인재 등용문이다.
1986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 뒤에도 김 창업자는 음악과의 연을 놓지 않았다. 공대생이지만 그는 음대 강의를 수강했다. "공대 학생이 들을 수 있는 수업이 아니"라고 만류했던 음대 교수가 김 이사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은 뒤 수강을 허락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가장 최근 만남에서 두 사람은 음악회 날짜를 조율하던 중이었다. 김 작가는 "3월 9일 대통령 선거날 오후 작은 음악회를 열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서 일정을 연기했다. 이번엔 (김 이사의) 부모님까지 초대하려 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 이사는 내친 김에 2020년 '콰르텟 제이'를 결성했다. 콰르텟 제이는 같은 해 12월 '김정운의 인문학콘서트'에서 첫 무대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데뷔가 무산됐다. 결국 2019년 미력창고 살롱음악회가 김 이사에겐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음악회가 됐다.
성공한 사업가이기 전에 악기를 연주할 때 가장 행복한 음악가였던 故(고) 김정주(54). 생전 그가 가장 애정한 퐁세(1882~1948)의 '작은 별'처럼 그는 너무 일찍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