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에 불확실성이 더해지면서 국내외 증시는 물론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가상화폐 몸값만 최근 들어 상승세다.
러시아 침공 당시 비트코인은 4500만 원대 아래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1일 15% 넘게 급등해 5천만 원을 돌파했다. 2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과 업비트에서는 비트코인이 꾸준히 5300만 원 선을 넘기며 거래됐다. 이더리움 역시 국내 거래소에서 350만 원을 넘겨 상승세를 유지하며 거래되는 중이다.
앞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를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에서 퇴출하기로 했다. 스위프트는 '안전한 글로벌 금융 거래를 위한 연결망'으로, 러시아 은행들이 스위프트에 접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세계 금융 시장에서 차단된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미국은 러시아가 보유한 가상화폐에 대한 제재까지 검토했다. 러시아로 드나드는 모든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인이 갖고 있는 가상자산은 우리 돈으로 30조에 가깝다. 미국과의 대립선을 이어오면서 지난 2014년 크림반도 병합 당시부터 '탈 달러화'를 추진해 온 러시아는 가상화폐 경제를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인들이 보유한 비트코인 평가액은 약 29조 원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도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로 기부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우리 돈으로 200억 원이 넘는 가상화폐를 기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역시 침공으로 금융 시스템이 불안정한 가운데 가상화폐가 일종의 안전자산으로 주목받는 것이다.
미국이 검토하는 가상화폐 제재는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전세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에 러시아에서의 거래를 차단해달라는 요청을 보내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데,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성장해 온 가상자산 거래소에게는 사실상 받아들일 수 없는 요청이라는 지적이다.
러시아인이 사용하는 계좌를 미국이 다 골라낼 수 있을지도 현실적으로 미지수다. 다만 지난해 9월 러시아 가상화폐 거래소 2곳이 미국의 제재를 받은 사례가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앤드어스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가상자산은 기존 금융 생태계와 다르다. (러시아 사례 등을) 국제사회가 인지하고 오래전부터 논의해 온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의 '지하화'를 막는 조치가 우리나라로 치면 트래블룰이나 실명계좌 인증인데, 아직 전세계적으로 이러한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아 러시아도 빈틈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사례로 전세계의 암호화폐 관련 규제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