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거인' 엑손모빌, 40억달러 투자한 사할린 유전서 손 뗀다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 연합뉴스

영국의 BP와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 유럽의 에너지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기로 한 데 이어 '에너지 공룡'으로 불리는 미국의 엑손모빌이 40억달러를 투자한 러시아 사할린 유전개발사업에서 손을 떼고 신규 투자도 중단하기로 했다.

엑손모빌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을 침해하고 국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규탄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엑손모빌은 "일본, 인도 및 러시아 기업과의 국제 컨소시엄으로 구성된 '사할린-1'의 운영을 중단하고, 사업에서 철수하기 위한 단계를 밟기 시작했다"며 "현재 상황을 고려해 향후 러시아의 신규 개발을 위한 투자도 중단한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은 최소 170억달러(약 20조4850억원)가 투입된 러시아 사할린 석유·천연가스 합작 개발사업인 '사할린-1'에 30%의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은 일본의 사할린석유가스개발(SODECO)이 30%, 인도의 ONGC 비데시와 러시아 로스네프트 측이 각각 20%씩 보유하고 있다.

엑손모빌은 구체적인 철수 일정이나 잠재적인 손해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제출된 최신 연례 보고서에 따라 엑손모빌이 보유한 30%의 지분을 약 40억5500만달러(약 4조8870억원)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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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자 주요 원유 공급국이다. 에너지부문은 당초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대러시아 재재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영국의 셸과 BP, 노르웨이 에퀴노르 등 주요 에너지기업들은 러시아 철수를 속속 선언했다.

로이터는 "1995년부터 러시아 유전과 가스전을 개발해온 엑손모빌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를 단절하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에 위치한 '사할린-1'은 하루 22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주로 우리나라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동북아 지역에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의 GS칼텍스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일본, 중국, 미국 하와이 등의 정유회사가 주요 고객이다.

한편, 유럽 등 각국 정유업체들이 제재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기 시작하면서 원유·천연가스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일(현지시간)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8.0%(7.69달러) 급등해 2014년 7월 이후 최고치인 103.41달러(약 12만4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7.1%(7.00달러) 오른 104.97달러에 마감했다. 로이터통신은 2014년 8월 이후 최고가라고 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 천연가스 가격을 대표하는 네덜란드 TTF 천연가스 가격은 이날 23.4% 뛰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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