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세째인 1일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극렬한 저항에 당초 예상보다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해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다. 특히, 공격 대상에 민간 지역까지 포함돼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자 국제사회의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수도 키예프에 미사일 공격…의용군 극렬 저항
AP·로이터 등 외신들도 키예프에서 수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또, 러시아 군대가 장갑차와 탱크 등을 앞세워 키예프 도심에서 25㎞ 가량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키예프 인근에 피신 중인 강정식 키예프 국립외대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한판승부'와의 인터뷰에서 "항상 포격음이, 파열음이 계속 들리고 있다"면서 "시내에도, 지금 여기 우리 시골에서도 (우크라이나 의용군이 러시아 군을) 못 나가게 하기 위해서 막아놓고 바리케이드 같은 것도 만들어놓고 탱크들 못 들어오게 하고. 거기에다 의용군들이 다 서 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키예프와 함께 우크라이나 북동부에 위치한 제2의 도시 하리코프에도 러시아 군대의 무차별적 공격이 벌어지고 있다.
올레크 시네구보프 하르키우 행정국장은 우크라이나 군이 주둔하거나 전략적 시설이 없는 주택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최소 11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격이 사람들이 약국과 식료품점, 물을 마시기 위해 밖에 나오는 대낮에 발생했다. 이것은 범죄"라고 비판했다.
이고르 테레호프 하르키우 시장은 식수 확보를 위해 방공호에서 나왔던 4명이 사망했고, 3명의 아이가 있는 한 가족은 자동차 안에서 불에 타 숨졌다고 말했다. 앞서 내무부 장관의 보좌관 안톤 헤라셴코는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하르키우에서 10여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강정식 교수는 "어제 하리코프에 심한 포격으로 인하여 파괴된 건물들이 많고, 사상자 수도 많이 늘어났다"면서 "하리코프 시내에서도 오늘도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이밖에 키예프와 하리코프 사이에 위치한 도시 아크튀르카의 한 군사 기지에 대한 러시아 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포함 7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아조프해 연안의 마리우폴에서는 양국간 교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공폭탄 사용 의혹…각국 무기 지원하며 반러 전선
러시아가 국제법 위반인 '진공폭탄'을 사용한다는 진술도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옥사나 마르카로바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이날 미국 의원들과 만난 뒤 "러시아가 오늘 진공폭탄을 사용했다"며 "이는 명백한 제네바 협약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진공폭탄은 폭발 시 충격파, 고온, 대기 흡수 등의 현상을 일으켜 주변을 진공 상태로 만들어 사람의 내부기관에 손상을 주는 등의 살상효과를 내는 폭탄이다. 핵폭탄을 제외하고 가장 큰 위력을 가진 폭탄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처럼 민간인 피해도 아랑곳 않는 러시아의 침략행위가 전세계로 타전되면서 전통적으로 군사적 중립을 지켜왔던 유럽 국가들조차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며 반러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군사적 비동맹주의를 지켜오며 나토에도 가입하지 않은 핀란드와 스웨덴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핀란드는 돌격 소총 2500정, 총알 15만발, 대전차용 무기 1500대를, 스웨덴은 대전차용 무기 5천대와 헬멧 5천개, 방탄복 5천벌, 야전 식량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사 분쟁지역 개입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정부도 지난달 26일 대전차 무기 1천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 등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