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푸틴 예술가 제외·공연 줄취소…문화계도 '러시아 보이콧'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평화적 해결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한 재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황진환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선포에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세계 문화·예술계도 '반전'과 '평화'를 강조하며 러시아 보이콧에 나서고 있다.

'親 푸틴' 지휘자-연주가, 공연 제외…러시아 출신 성악가 공연도 취소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게 지지를 표했던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빠진 것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는 등 '친 푸틴' 행보를 해 온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게르기예프의 지휘를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트위터 등 온라인을 타고 전해지자,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두 사람을 제외하고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과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미국 공연에 세웠다. 조성진은 공연 하루 전 연락을 받고 독일 베를린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는 강행군 속에서 빈필과의 첫 협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미국 카네기홀은 오는 5월로 예정된 게르기예프의 공연을 취소했고,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역시 게르기예프에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명확한 입장을 낼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게르기예프는 현재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직을 맡고 있고, 아직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다.

러시아 출신으로 현재 오스트리아 국적을 취득한 성악가 안나 네트렙코도 지난달 25일 덴마크에서 열기로 한 공연이 취소됐다. 안나 네트렙코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전쟁에 반대한다. 나는 러시아 사람이고 조국을 사랑하지만 우크라이나에 많은 친구가 있고, 그들이 겪는 고통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 전쟁이 끝나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길 바란다. 이것이 바로 제가 바라고 기도하는 것"이라고 썼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 노컷뉴스 자료사진
그러면서도 "어떤 예술가나 공인에게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조국이 옳지 않다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이는 자유로운 선택이어야만 한다. 많은 동료처럼, 나 역시 정치 관련 전문가가 아니고 그저 예술가일 뿐"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가수가 자국 공연을 취소한 경우도 있다. 인기 래퍼 옥시미론은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기로 했던 공연을 무기한 취소했다. 이미 매진된 공연이었으나, 옥시미론은 "러시아 국민 대부분이 이 전쟁에 반대한다"라며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떨어지는 가운데, 키이우(키예프) 주민들이 지하실과 지하철에 숨어야 하는 상황에서 저는 (공연으로) 여러분을 즐겁게 할 수 없다"라고 취소 이유를 설명했다.

디즈니는 향후 러시아에서 극장 영화 개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일(현지 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디즈니는 지난달 26일 밤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 침공과 비극적인 인도주의 위기를 고려해, 픽사의 '터닝 레드'(Turning Red)를 포함해 러시아 개봉 극장 영화를 당분간 중단한다"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또한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들의 자국 내 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다고 알렸다.

우크라이나 국기 든 심슨 가족, 계속되는 '전쟁 반대' 목소리

미국 폭스TV 애니메이션으로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심슨 가족'의 공식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든 심슨 가족의 그림이 지난달 26일 올라왔다. '#Ukraine'라는 해시태그도 함께였다.

미국 매체 '데드라인'에 따르면, '심슨 가족'의 프로듀서 짐 브룩스는 동유럽 독립국과의 연대를 표현하는 이미지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 같은 이미지가 탄생할 수 있었다. '심슨 가족' 제작 책임자인 알 진은 "우크라이나 국민을 지지하며, 이번 사태가 중단되기를 바란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라고 설명했다.

올여름으로 예정됐던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을 취소한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모두 충격받고 섬뜩함을 느끼고 있다"라며 "이처럼 끔찍한 충돌 때문에 피해를 본 모든 분들을 존중하고 존경한다는 의미로 이번 주 내내 건물을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밝히고, 매 공연 전 우크라이나 국가를 연주할 것"이라고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밝혔다.

'심슨 가족' 공식 트위터 캡처
안젤리나 졸리 역시 유엔난민기구(UNCHR) 영상과 우크라이나 현지 사진 등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꾸준히 올리며, "지난 며칠 동안 50만 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떠나 이웃 국가로 이주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상황이 더 악화하면 이동하는 인구가 최대 4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주민을) 받는 나라들이 갈등과 불안을 피해 도망치는 모든 사람을 계속해서 환대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일"이라고 썼다.

우크라이나 출신인 밀라 요보비치도 인스타그램에 "마음이 아프고 충격받았다. 내 조국과 국민들이 폭격을 당하고 있다"라며 "전쟁은 언제나 전쟁일 뿐이다. 평화를 불러올 수 없는 지도자들. 제국주의의 거대한 힘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사람들은 유혈사태와 눈물로 대가를 치른다"라고 전쟁의 참상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라이언 레이놀즈와 블레이크 라이블리 부부는 각자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한 기부 동참을 호소했다. 이들은 "48시간 만에 수많은 우크라이나인이 조국을 떠나 이웃 나라로 강제로 이주당했다. 그들은 보호가 필요하다"라며 100만 달러 기부를 약속했다.

숀 펜은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며 러시아의 침공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촬영할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성명을 내어 숀 펜이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을 기록하고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특별히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왔다고 전했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이번 주부터 매일 밤 건물 색을 우크라이나 국기 색인 노란색과 푸른색으로 밝히겠다고 알렸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공식 인스타그램
마돈나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우크라이나에 거주 중인 어린이가 눈물을 흘리는 영상을 올린 후 "더 이상의 전쟁은 일어나선 안 된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라는 글귀를 남겼다.

국내에서는 배우 이영애가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해 성금 1억 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드미트로 포노마렌코는 1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이영애가 보내온 성금과 편지를 공개했다. 이영애는 자신도 참전 용사의 가족이라며 "어서 빨리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멈추고 평화가 정착되길 간절히 소원하며 우크라이나 국민 모든 분들의 안녕과 무사를 기도드립니다"라고 전했다.

레드벨벳 예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노 워 플리즈'(No War Please)라고 쓰인 카메라 화면 사진을 게시했다. 이는 러시아 출신 테니스 선수 안드레이 루블료프가 최근 두바이 챔피언십 결승 진출을 확정한 후, TV 카메라에 '노 워 플리즈'라고 쓴 순간을 캡처한 화면이다. 갓세븐 진영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신이시여. 제발 그들을 구해주소서"(god. pls save them)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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