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민 정부 불신 깊어…저항하지 않을 것?
복스에 따르면,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의 정세 분석 보고서가 작전 실패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게 서방 군사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FSB는 KGB의 후신으로 국내 첩보와 방첩 활동을 전담하는 기구다. FSB는 정부에 대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불신이 깊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저항을 하는 것에 그칠 거라고 봤다고 영국 싱크탱크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는 설명했다. 선봉에 선 부대를 전투 경험이 없는 20대 초반의 징집병 위주로 꾸린 것 역시 우크라이나군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한다.당초 러시아군은 48시간 안에 키예프 시내 진군을 목표로 '속전속결'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정찰부대와 낙하산부대가 보급부대와 떨어져 고립된 상황은 러시아가 장기전을 대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름 없는 탱크'가 발견될 정도다. 우크라이나 동부 수미 지역에서는 연료가 떨어져 길에 서 있는 러시아 탱크도 발견됐다. '다윗과 골리앗'에 비견될 정도로 양국 간 전력 차가 큰 데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압도하지 못하는 것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과 매우 대조적인 전개다.
FSB의 분석대로 우크라이나 국민들 사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기가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당수 국민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싫지만 그에게 다시 투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는 설명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다는 점도 '결사 항전'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정세 오판에 작전 실수 연발
로렌스 프리드먼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가디언에 "이 전쟁의 첫 번째 놀라움은 러시아군 사령부가 군사력 증강을 고려한 효과적 전략을 설계하지 못한 점"이라며 그래서 "작전 실수를 연발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공군에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반응도 있다.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RUSI)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은 "대부분의 러시아 전투기가 활동 반경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놀랍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터키산 드론 바이락타르 TB2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제공권을 장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드론을 활용해 군사적 열세를 만회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온다. 공군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군에 대한 정찰을 효율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상공에서 양국 공군이 교전 중일 정도로 우크라이나군은 선방하고 있다.
침공 당일 키예프 인근 호스토멜 공항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인근 지역을 빠르게 장악하려고 했던 작전 역시 실패로 돌아갔다. 러시아군은 나흘 동안의 교전 끝에 결국 물러났다. 또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하리코프) 점령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탱크가 아닌 경장갑차만을 배치하기도 했다. 러시아 탱크가 장갑차와 보병 지원 없이 마을로 진입하는 장면도 목격됐을 정도로 후방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러, 포위전 전환? 인명피해 증가 우려
속전속결에 실패한 러시아군이 작전을 수정해 파상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이미 대규모 공습은 물론 포위전으로 전환하는 듯한 모습도 포착됐다. 러시아군이 키예프 시내로 들어오는 물자를 모두 끊는 '고사 작전'을 개시한다면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이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이면서 군사시설이 아닌 민간인 지역에 대해서도 포격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미 NBC방송은 지난 28일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민간인 거주지역에 수십 발의 포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 역시 우려를 낳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이 핵무기 운용부대의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것에 대해 "분쟁 내내 푸틴한테서 봐왔던 하나의 패턴"이라며 "우린 푸틴의 패턴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