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8일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대응 TF' 회의를 열어 "SWIFT 배제 등 대러 금융 제재 동참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을 관계부처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SWIFT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의 약자로 해외 금융기관끼리 사용하는 일종의 '통신망'이다. 한국 기업이 러시아 기업에 상품을 수출하고 1천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면 러시아 기업은 거래하고 있는 '모스크바은행'에 한국 기업의 거래 은행인 '서울은행'으로 1천만 달러를 송금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데, 이 때 은행간 결제 메시지가 오가는 '보안망'이 바로 '스위프트'다.
이 스위프트에는 현재 200여개국 1만 2천여개 금융기관들이 가입해 이용하고 있다.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별도의 결제망을 찾아야 하는데,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과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가 있지만 스위트프만큼 네크워크가 넓지 않아 러시아 입장으로서는 대외 무역이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스위프트 배제는 러시아 뿐만 아니라 러시아 기업들과 거래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위기감이 조성될 때부터 신규 사업은 진행하지 않는 등 리스크 관리를 해왔다"며 "기존 거래 대금도 대부분 회수한 상태"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014년 크림반도 사태 이후부터는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를 해놓은 상황이라 현재로서는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면서도 "장기화되면서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러시아 상황과 관련해 보험을 들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스위프트에서 일단 배제되면 달러화나 유로화에 접근하기 어려워져 국내 기업들은 결제 통화에 따른 추가 손실을 입을 수 있다.
또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 러시아 내 물가는 오르게 되고 이는 매출 하락으로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크림 반도 사태가 발생한 2014년에 러시아 매출이 반토막이 났었다"고 전했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주 국회에 출석해 "스위프트 제재가 있으면 (국내 기업에) 상당한 충격과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루블화 대체 결제도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보험 등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지만 만성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은 이같은 대응이 쉽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지난해 중소기업의 대러 수출액은 27억 5800만 달러로, 전체 중소기업 수출액의 2.4%를 차지하고 있다. 주요 수출 품목은 중고차, 자동차 부품, 화장품, 철강판 등이다.
중소기업은 루블화 결제로 인한 손실 가능성 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대러 제재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생산 원가가 오르게 되지만 '을'의 입장인 중소기업은 원가 인상분을 '납품 단가'에 충분히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기부는 28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관계 기관과 긴급회의를 갖고 러시아 등과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경영안정자금 지원과 납품단가 조정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