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송금·결제 막는다는데…'금융의 핵무기' 스위프트는?

연합뉴스·스마트이미지 제공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대한 발 빠른 제재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에 대해 실행한 가장 강도높은 제재 중 하나가 바로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제외'다. 세르게이 알섹산첸코 전 러시아 중앙은행 부총재가 "(스위프트에서 제외되면) 대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스위프트란?…전세계가 사용하는 안전 금융 연결망


스위프트란, 한마디로 '안전한 글로벌 금융 거래를 위한 연결망'을 의미한다. 스위프트는 세계 각 국의 은행들이 다른 금융기관과 송금 업무를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한다.  

각국의 금융기관은 스위프트 시스템에 접속해 해외의 은행들과 연결, 결제대금을 보낼 정보가 포함된 스위프트 메시지를 보낸다. 암호화된 특수 메시지로 자금을 거래하기 때문에 안전하다. 미국이나 네덜란드, 스위스 등에 데이터 센터를 분산해 안전성을 확보한다.

현재 북한이나 이란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전 세계가 스위프트를 사용하고 있다. 협회에 돈을 내고 안전한 국제 송금 연결망을 이용하는 것이다. 1977년 출범 당시 239개 은행으로 시작했는데, 현재는 200개가 넘는 나라와 1만 1000개가 넘는 금융기관들이 이용 중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2020년 스위프트 연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매일 평균 3800만건의 스위프트 메시지가 보내졌다.  


스위프트 금지, 왜 '제재 핵무기' 되나?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빅3 조선소 중 한 곳의 전경. 국내 빅3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2020년 말 이후 러시아 선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선 7척을 수주한 바 있다. 연합뉴스
러시아 은행들이 스위프트에 접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러시아가 세계 금융 시장에서 차단된다는 의미다.

러시아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수출입 관련 돈거래를 하기 힘들어진다. 수출을 해도 대금을 받기 힘들고, 수입 대금도 지불할 수 없다. 해외에서 돈을 빌리거나 투자할 수도 없다.

러시아 은행들이 금융 결제를 할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전화나 이메일 등 다른 결제수단을 이용할 수는 있다. 다만 비효율적이고 안전하지 않은 점을 감안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겠지만 결국 스위프트 없이는 안정적인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제외된다면, 당장 석유 및 가스 등의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사실상 국제 교역에서 제외돼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것이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이 스위프트를 '금융의 핵무기'라고 불렀던 이유가 여기 있다.  

스위프트 제재의 위력은 지난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해 볼 수 있다. 지난 2012년 이란이 핵 개발 관련 사안으로 스위프트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스위프트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스위프트 배제 직후인 2013년 이란의 원유 수출액은 40%나 급감했다.


러시아 타격 받겠지만 반러 진영도 타격 불가피

가치 폭락하는 루블화. 연합뉴스
러시아 스위프트 협회에 따르면 러시아 은행 300여 곳이 스위프트에 가입된 상태며 러시아의 전체 국제 금융거래의 80% 가량을 스위프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다만, 러시아 못지 않게 그동안 러시아와 교역해왔던 서방 국가들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으로 전 세계 천연가스의 17%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유럽의 경우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스위프트 제제를 통해 수입 결제가 원천 봉쇄될 경우 에너지 공급 부족과 이에따른 물가 상승이 우려된다.

동시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 등 외국 은행들이 러시아 기업에 대출해 준 돈의 상당액도 역시 스위프트 제재로 당분간 회수가 불가능해 진다. 외국 은행이 러시아 기업에 대출해준 총 규모는 1210억 달러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스위프트 차단 등 강력한 제재가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만들어 미국과 유럽 등에 대응하는 반서방 전선의 확대를 촉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각각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와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를 구축해 스위프트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해왔고, 향후 스위프트 제재가 본격화 되면 러시아가 중국의 CIPS를 활용하며 제재를 피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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