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날인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각국의 주권 및 영토 보전을 존중하고 유엔 헌장의 취지와 원칙을 준수한다는 중국의 기본 입장은 일관된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 외교부장도 이날 유럽연합(EU) 외교 대표, 영국 외교장관, 프랑스 대통령 보좌관 등과 연쇄 통화에서 각국의 영토 보전과 주권이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러시아의 안보 우려도 적절하게 해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지지·지원하는 움직임은 아직까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5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결의안이 제출됐을 때 러시아 편을 들지 않고 기권한 점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중국의 곤혹스러운 처지를 대변한다.
미국과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중국에게 미국과 적대적이고 중국에게 우호적인 러시아는 더없이 소중한 존재다. 하지만 러시아에 못지 않게 유럽에서 우군을 확보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유럽 각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격앙된 마당에 중국이 스탠스를 잘못 취할 경우 중국이 중시하는 대유럽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관계도 나쁘지 않다. 이러다보니 중국의 입장이 애매할 수밖에 없다.
미국 백악관은 중국의 이런 약점을 파고 들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7일(현시기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러시아 침공에 대해 미국과 동맹국이 부과할 일부 제재를 이행했고 지난주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젠 사키 대변인은 베이징이 더 많을 일을 해야 한다며 "지금은 방관할 때가 아니다.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주권 국가를 침범한 행동에 목소리를 높이고 규탄해야 할때"라고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 통화할 가능성을 열어 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