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도 수액 쉽게 못 맞아"…해외입국자, 비현실적인 자가격리

50대 암 환자, 입국 후 격리 중 건강 악화에도 "외출 불가"
"수액만 맞게 해달라" 5시간 가까운 대치 끝에 겨우 외진
오미크론에 격리 대부분 풀렸지만…해외입국은 그대로
전문가 "연속 음성 시 풀어야, 필수 인력 발 묶일 우려도"

연합뉴스

코로나 확진자를 제외하고는 완화·해제된 격리가 해외입국자에게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유행 초기 효과적인 감염 확산을 막는 수단이었지만, 오미크론 대유행과 함께 기존같은 효과는 떨어지고 오히려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의 발목을 잡는 수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입국 후 음성 나왔지만…격리 중 건강 악화에도 병원 못 가


미국에 사는 말기 암 환자 50대 남성 A씨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기 위해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와 인근 호텔에 격리됐다.

원래도 상태가 위중했던 데다 긴 시간 비행으로 부담이 더해져 A씨는 입국 후 설사가 멈추지 않고 식사도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이에 보호자는 하루 뒤인 20일 격리해제 후 입원 예정인 해당 대학병원에 수액을 맞을 수 있는 지 문의했다.

병원 측은 응급실로 오면 수액 투여가 가능하니 방역당국에 응급차를 요청해달라고 했지만 정작 격리를 담당하던 공무원은 A씨 측 요청에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담당 공무원은 대신 호텔 내 의사에게 진료를 받도록 했고 해당 의사가 "위중하지 않다"고 소견을 밝히며 A씨는 어떤 조치도 받을 수 없게 됐다.

해당 의사의 판단과 달리 A씨는 시간이 지날 수록 계속 심각한 고통을 호소했고 지켜보던 보호자 측은 "어느 병원이 됐든 수액만 맞추게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앞서 의사가 상태가 위중하지 않다고 진단했다는 이유로 받아지지 않았다.

4~5시간의 대치가 이어졌고 보호자가 "죽기라도 하면 책임질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한 뒤에야 간신히 외출을 허가 받아 방역택시로 이동해 아는 의사를 통해 수액을 처방 받을 수 있었다고 한다.

보호자는 "음성 판정도 받았는데 위급 환자일 때는 융통성이 필요할 것 같다"며 "A씨처럼 제때 수액이나 치료를 못 받아서 죽으면 누가 책임지겠냐. 방역은 필요하지만 이러다 사람 죽이는 일은 없어야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여전히 엄격한 해외입국자 격리…유행차단 효과↓피해·불편함↑

황진환 기자

해외에서 입국한 국민·외국인 모두 격리 기간에도 음성이고 응급처치가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외부 병원진료를 허용하도록 돼있지만 현장에서의 판단은 이처럼 제각각인 모양새다. A씨처럼 당장 응급처치가 1분 1초가 급한 경우라도 현장 공무원들이 기본적으로 격리 원칙 준수를 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유행 확산의 억제를 위해 시행됐던 엄격한 해외입국자 격리원칙이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어졌다는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하루 확진자가 10만명을 훌쩍 넘긴 지 오래지만 대부분이 국내 발생이고 해외 유입은 100명대 선에 그치고 있다.

이미 국내 방역체계는 1월 말 오미크론 유행에 맞춰 전체 감염자의 수의 억제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유행 규모 차단보다는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한 조속한 치료와 관리로 중심축을 옮긴 상황이다. 다음달부터 확진자의 동거인도 백신 접종 여부와 상관 없이 격리가 면제돼 사실상 확진자와 감염시설 내 밀접접촉자 그리고 해외 입국자에게만 격리가 유지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유독 높은 기준이 유지되는 해외입국자 격리로 인한 이익보다는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서 불편함과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해외입국자도 일정 기간을 두고 PCR 검사나 신속항원검사 등으로 연속 음성이 확인되면 (일반 국민처럼) 똑같이 일상생활을 하고 유증상 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서 7일 격리를 유지하는 게 현 상황에서 큰 의미가 없어보인다"며 "오히려 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그렇고 다양한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회 필수 인력도 많은데 (오미크론 대유행에) 긴 격리기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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