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협상의 민낯'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과정에서 야권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에게 떠넘기는 모습만 부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오전 윤석열 후보는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7일부터 안 후보 측과 협상을 시작해 전날 최종 합의를 이뤘고, 양 후보가 만나는 일정만 조율하는 단계였지만 안 후보가 돌연 이날 오전 단일화 결렬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윤 후보 본인이 직접 그간 협상 과정을 설명하고, 선대본부는 이 과정을 표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정치적으로 내밀한 내용을 매우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심지어 윤 후보가 안 후보에게 보낸 회동 제안 문자메시지까지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선대본부 관계자는 "단일화를 요구하는 지지자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는지, 그동안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종의 '단일화 노력 알리바이'이자 단일화 결렬의 책임이 안 후보에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 안팎에선 윤 후보가 단일화 무산을 관리하는 방식이 유권자들에게 "거칠고 오만하다"는 인식을 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일화에 실패했다' 정도만 공개해도, 윤 후보가 단일화 의지가 있었다는 건 충분히 알릴 수 있었는데 왜 굳이 이렇게 세세한 내용까지 후보가 직접 얘기를 하는 지 이해가 안 간다"며 "'내 잘못은 없다'는 식의 태도가 너무 잘 보이지 않나"고 말했다.
게다가 양 측의 진실공방이 벌어지면서 윤 후보의 대선 메시지가 희석되고 네 탓 공방을 벌이는 모습만 노출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장 안 후보가 주장했던 '국민경선 방식의 단일화'가 협상 테이블에 올려졌냐 여부와 관련해 윤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각각 '논의도 하지 않았다', '받아들여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고 맞서는 중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진정성 문제와는 별개로 계속 미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우리는 단일화 가지고 싸움 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다"며 "윤 후보 스스로 진정으로 단일화 이슈에 진심이었던 터라, 공개 의사가 강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단일화 협상 공개 과정에서 안 후보 측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의 협상 파트너로 장제원 의원이 활약했다는 것이 드러난 점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장 의원은 '윤핵관' 논란을 겪으면서 지난 해 11월 "윤 후보 곁을 떠나겠다"며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감췄다. 윤 후보는 "장 의원의 매형이 카이스트 교수인데 안 후보와 가까운 사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비공식적으로 후보에게 조언을 하는 것과 직함 없이 야권단일화라는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국민의힘 당직자)"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