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퇴임 직전의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지율을 유지하는 배경에 주목했다.
이코노미스트는 26일 서울발 기사에서 "여론 조사 종류에 따라 여전히 50%에 가까운 응답자가 지지를 보낸다"면서 문 대통령이 임기 초 대비 지지율 하락을 최대한 막아낸 채 퇴임하는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소개했다.
이 매체는 먼저 문 대통령이 취임 때 스스로 설정했던 남북 평화 시대 개척, 정경유착 근절, 경제적 평등, 집무실 광화문 이전, 지속적인 국민과의 대화 등의 높은 기준에 비해서는 실패했다고 진단했다.
그런데도 임기 말까지 양호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과를 냈으며, 임기 중 세계적으로 한국의 문화 영향력이 커진데다 노동 문화를 바꿔내는 데 일조한 점을 꼽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다른 선진국보다 성공적인 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주목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장기간 시행해 국민적 불편이 이어졌지만 최소한 전면 봉쇄조치를 할 지경에 이르거나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로 넘치는 일은 막아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했지만 여전히 인구 대비 코로나19 사망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뉴질랜드 다음으로 적다는 점도 방역 성공의 근거로 들었다.
이 기간 한국 역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으나 타국보다는 여건이 나은 편이었다고도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성과가 문 대통령 홀로만의 공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공공보건 체계를 개혁한 덕분에 한국의 관료체계가 이번 팬데믹에 민첩히 대처할 수 있는 근간이 됐고 문 대통령은 이를 움직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문 대통령이 상당수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줄여 일과 삶의 균형을 개선했다는 호평도 내놨다. 퇴근 후 회식이 줄었으며 남성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문화가 확대된 점도 임기 중 성과로 꼽았다.
아울러 문 대통령 임기 중 방탄소년단(BTS),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등의 인기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한국이 대중문화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검찰의 권한을 쪼개 다른 기관에 이양하는 방식으로 검찰 권력을 억제한 점도 지지율이 유지되는 이유로 들었다.
이코노미스트는 박근혜 정부 시절 좌파 성향이라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오스카를 수상했고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흥행했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강해졌다는 사례로 들었다.
두 작품 모두 자본주의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어둡게 풍자했지만 이들 작품의 감독은 이제 '국가의 적'이 아니라 국가적 아이콘으로 대우받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두 작품은 서민에게 절망적으로 불리한 세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이 약속한 평등주의 혁명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라고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