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흘째로 접어든 27일(현지시간) 볼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를 원하고, 전쟁을 끝낼 대화를 원한다"며 러시아와의 협상의 문을 열어놓겠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35분(우리시간 오후 4시 35분)부터 대국민 연설이 담긴 2개의 동영상을 유튜브 계정 등에 잇따라 올려 "우리는 협상을 원하지만 벨라루스 민스키는 안 된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위해 러시아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호멜에 도착했고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며 "우크라이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를 겨냥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면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타슬라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터키 수도 이스탄불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등을 러시아에 협상 장소로 역제안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만 협상이 정직할 수 있고, 나아가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우크라이나 외무부 올레그 니코렌코 대변인은 이날 오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겨냥해 벨라루스에서 발사된 순항 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공군이 격추시켰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아울러 "우크라이나인들은 조국을 수호하고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유럽과 유럽의 가치를 구할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면서 전 세계인들에게 러시아와의 전쟁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지금은 단순히 우크라이나 침공이 아니다"면서 "이것은 유럽과 유럽의 구조, 민주주의, 기본적인 인권, 국제법과 평화 공존 등에 맞서는 전쟁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모든 시민과 우크라이나와 평화, 민주주의의 친구들 가운데 누구라도 우크라이나, 나아가 유럽과 전 세계 수호에 동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러시아 전범에 맞서는 우크라이나인들과 나란히 서서 싸워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국경 도시 일부를 점령하는 등 수도 키예프로 향하는 전선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은 러시아 군이 드네프르 강에 위한 전략적인 요충지로 꼽히는 노바카홉카를 점령했다고 보도했다. 노바카홉카는 러시아가 병합한 크림반도로 수도를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우크라이나 남부의 소도시다.
볼로디미르 코발렌코 노바카홉카 시장은 "러시아 군이 도시의 행정위원회 건물을 장악하고 게양된 우크라이나 국기를 철거했다"고 말했다.
또한 러시아군은 인구 140만명의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하르키우(Kharkiv)'에도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레 시네후보프 하리코프 주지사는 "적 러시아군의 군용 차량이 하리코프 도심까지 들어왔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적을 쳐부수고 있다. 민간인은 외출을 삼가 달라"고 밝혔다.
이밖에 러시아군은 크림반도와 가까운 우크라이나 남부의 헤르손, 아조프해 연안에 위치한 동남부의 베르댠스크를 완전히 포위해 두 도시의 진·출입을 차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