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응징하기 위해 미국 등 서방 5개국이 금융핵무기로 불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 카드를 빼들었다.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는 2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다른 도시를 공격함에 따라 러시아를 국제금융으로부터 고립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스위프트는 각국 주요 은행 상호 간의 지급·송금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전산망이다. 전 세계 200여 개국 1만 1천 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한다. 스위프트 제재는 러시아를 여기서 퇴출하는 것이다.
미국와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금융·산업·수출 분야 위주의 제재안을 발표했지만 러시아 뿐 아니라 러시아와 거래하는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한 스위프트 제재는 제외했다. 독일, 프랑스 등의 반대가 컸다.
하지만 기존 제재로는 러시아를 응징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자 스위프트 제재 카드를 동시에 꺼냈다.
스위프트에서 축출 당할 경우 러시아가 입게 될 타격은 프랑스 재무장관이 '금융핵무기'라고 표현한데서 잘 드러난다. 러시아 전체 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EU 외교관은 러시아 은행 시장의 70%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했던 2014년에도 이 옵션은 고려됐지만,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다. 무력 개입을 빼고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 중 하나다. 과거 이란이 핵개발을 할 때 이 제재가 사용된 적이 있다.
스위프트 제재가 언제부터인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선별 작업을 거쳐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대한 제재가 시행되면 6천430억달러(약 774조5천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보유고 접근이 제한된다. 러시아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러시아 정부와 관계된 러시아 부호들이 서방의 시민권을 획득해 금융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을 막는 조치도 취해졌다.
지난해 6월말 현재 러시아 중앙은행의 보유 외화 비중은 달러화 16.4%, 유로화 32.2% 등이다. 스위프트 퇴출은 루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러시아 경제의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이번 조치는 러시아가 보유자금을 군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프트 제재를 강력히 요구했던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27일 트위터에 "여러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제거하겠다고 약속한 우리 친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