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출신 모델 겸 방송인 올레나 시도르추크가 자국 대통령을 비판한 한국 언론을 역공격하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부정적 모습을 소개한 MBC '엠빅뉴스'를 자신의 SNS를 이용해 저격하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옹호했다. 그러나 그녀의 주장은 우크라이나 국민여론과 상당히 동떨어져 보인다.
그녀는 MBC의 유튜브 영상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반어법 형식으로 비난했다.
▶ 올레나의 소셜미디어 글 내용 |
①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위기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②아마추어 같은 젤렌스키의 정치 행보가 비판을 받고 있다? ③2019년부터 지금까지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나? ④젤렌스키를 지지하고 투표한 우크라이나 국민 72%가 바보라고 생각하나? |
그런데 해외 언론을 보면 젤렌스키 대통령의 무능력과 상황판단 실패, 국정운영의 아마추어리즘을 지적한 기사들이 꽤 많다.
올레나의 말대로 우크라이나 국민 72%가 대선 때 그에게 표를 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그의 지지율이 20%로 곤두박질 친 것 역시 사실이다.
지난 21일 뉴욕타임스에 올라온 '키예프 인디펜던트'의 올가 루덴코 편집장의 기고문을 살펴보자.
우크라이나 언론사인 '키예프 인디펜던트'는 하버드대 니만랩이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을 접할 유용한 언론사로 선정한 신뢰할 만한 매체다.
뉴욕타임스 기고문의 제목은 '코미디언출신 대통령은 심각하게도 속수무책이다'는 제목이다.
글은 "희극인에서 대통령으로 변신한 젤렌스키가 대통령직이 그렇게 치열할 것이라곤 상상 못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의 탄핵에 휘말렸고, 코로나 대유행을 다뤄야했고, 이제 러시아의 전면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적고 있다.
글에 따르면 2019년 대선 때 그는 경험이 너무 부족해 국정운영에 낭패를 볼 것이라는 비판과 동시에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 부패를 끝낼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3년 뒤 그가 절망적으로 평범한(mediocre) 사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 글의 요지다.
우선 그는 모든 것을 쇼(show)로 취급하고, 결과보다는 제스처를 중시하고, 전략적 목표보다는 단기 이익을 우선시했다고 한다. 자신의 말은 국민들을 즐겁게만 하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봤고 비판이 제기되면 듣지 않고 지지자들에 둘러싸인다고 한다.
집권 초기에는 좋았다고 한다. 농지 시장을 개방하고, 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하고, 도로도 대규모로 확충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공약이었던 부패척결엔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유럽 3대 부패국가라는 국제투명성조사기구 조사도 나왔다. 사정기관들은 충성파들에 맡겼다.
여러 부패 스캔들이 있었지만 젤렌스키는 관용을 보여왔다고 한다. 이제 국민의 62%는 그의 재선 출마를 원치 않고, 1차 가상 대결에서는 25%의 득표율을 보인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언론과도 껄끄러운 관계라고 한다. 배우출신이다 보니 박수에만 익숙해 비판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데 악명이 높다고 한다.
이제 그의 주변에는 예스맨들만 남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영화제작자 출신의 친구, 경호실도 친구, 여당 대표도 IT기업가 출신 사업가가 각각 맡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판단을 못한 것도 인의 장막(echo chamber)에 둘러싸여있어 발생한 일일 수 있다고 이 글은 진단했다.
서방세계가 침략을 막기 위해 메가폰외교(공개적 입장표명으로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 외교방식)를 추구했을 때 젤렌스키는 러시아 위협을 경시했다는 거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상반되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지난달 침략을 걱정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향해 공황상태에 빠져있다고 조롱하는가 하면, 다음날에는 러시아 침공 가능성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 53%는 침공이 있을 경우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라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 글은 말미에서 "쇼는 계속돼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의 긴장되고, 어색하고, 부적절한 국정수행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지난 5일자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위기 인식 및 대응을 비판한 기사를 실었다.
'왜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위협을 경시할까'라는 제목의 기사는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장 심각한 위협은 내부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많은 외국 외교관들이 경험이 없고 예민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좌절감을 느낀다"며 그의 좌충우돌을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서방으로부터 무기를 긴급하게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 무기를 써야할 전쟁의 전망에 대해서는 콧방귀를 뀌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