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진상이형한테 말해봐야지"…진술 확보에도 석달 뭉갠 檢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도 파주 평화누리주차장에서 열린 '평화로 드라이브인!'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50·구속기소) 변호사가 검찰 조사에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58·구속기소)씨와 유동규(53·구속기소)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대선 선거대책위 부실장을 통로 삼아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소통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찰은 지난해 이같은 진술을 확보하고도 3개월 가까이 정 부실장을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2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남욱 변호사의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22일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정진상·김용과 자주 만났는가요"라는 질문에 "자주인지는 모르겠지만, 만났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진상·김용과 김만배가 나눈 대화는 이재명 도지사에게도 전달되는 것인가요"라는 질문에는 "그럼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정 부실장은 대장동 민관(民官) 합동 개발사업이 진행될 당시 인·허가권을 쥔 시장 비서실 정책실장으로서 각종 업무 조율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실제로 대장동 사업 관련 시장 결재문서 가운데 최소 8건의 결재라인에 '협조' 명목으로 정 부실장의 이름이 올랐다. 김용 민주당 선대위 조직부본부장(前 경기도 대변인) 역시 성남 시절부터 이 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됐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는 캠프 총괄부본부장을 맡았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남 변호사는 유동규 전 본부장도 정 부실장을 통해 이 후보와 소통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수사 검사가 "유동규가 정진상·김용에 대해 자주 이야기하였나요"라고 묻자, "김용 이야기는 자주 안 했었구요, 유동규가 이재명 시장에게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으면 '진상이형한테 말해봐야지'라고 하는 것을 종종 들었습니다. 유동규도 정진상을 통해서 이재명 시장에게 의사 전달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초반인 지난해 10월 이처럼 정 부실장이 김만배씨는 물론, 유 전 본부장과 이 후보간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정 부실장은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정 부실장이 대장동 사업 결재라인에 이름을 올린 만큼 조속히 소환조사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지만 검찰은 움직이지 않았다. 검찰은 비로소 지난달 16일에 정 부실장을 비공개로 소환했다.

정 부실장은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이 2015년 초 대장동 사업자 선정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물러나고, '유동규 체제'를 구축하는 데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으로 시민단체에 의해서도 고발됐다. 검찰은 고발 두달여 만에 정 부실장을 조사했고, 약 한 달 만에 시민단체 고발 건과 관련해 이 후보와 정 부실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대장동 수사팀은 지난해 9월 29일 출범한 이후 16일이 흐른 10월 15일에서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해 늑장수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특히 시장실과 정 부실장이 업무를 봤던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져있었고, 그로부터 6일이 지나서야 시장실과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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