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통령 선거 투표용지 인쇄가 오는 28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당초 요구했던 여론조사 경선을 진행할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과 함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막판 타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후보 단일화를 두고 양측의 줄다리기는 26일에도 이어졌다. 전날 TV토론에서 안 후보는 "이미 협상은 결렬됐다"고 재차 강조했지만, 윤 후보 측의 구애는 지속됐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 단일화가) 가급적 빨리 진행되면 좋겠지만 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투표 전날까지도 최선의 노력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만 안 후보가 제안했던 여론조사 경선 수용 여부에 대해선 "구체적인 부분은 현재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전날에 이어 안 후보는 윤 후보 측에 공세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 후보는 서울 광장시장 유세에서 "요즘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 저도 정권교체를 바란다"며 "정권교체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권교체로 달라지는 게 없다면 그것은 정권교체가 아니라 적폐교체"라며 "정권교체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되지 않는다면 '적폐교체'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셈이다.
앞서 안 후보는 주말 사이 윤 후보와 회동에서 '단일화 담판'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전날 TV토론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안 후보는 윤 후보와 만날 계획에 대해 "경선을 하겠다면 모르지 않겠냐"라고 답했지만, 윤 후보 측이 앞서 여러 차례 여론조사 경선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사실상 극적 협상은 어렵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전날 TV토론에서 날선 질문으로 윤 후보를 압박했던 안 후보는 주도권 토론 당시 사회자의 부적절한 개입을 문제 삼기도 했다. 안 후보가 윤 후보를 향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론하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이 주한미군뿐인 상황에서 어떤 대책이 있는지 질문했지만, 사회자가 개입하면서 윤 후보는 답변을 피해 갈 수 있었다. 안 후보 측 공보단은 입장문에서 "편상욱 앵커는 시간총량제 토론에서 안 후보의 질문을 받은 윤 후보의 답변 차례에 개입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답변 기회를 부여했다"며 "그 결과 발언 기회가 다른 후보에게로 넘어가면서 윤 후보는 답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무려 7분 이상 가지는 이득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안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사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영남행 '열정열차'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미 2월 초부터 단일화에 거부 입장을 밝혀온 안 후보 입장에서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단일화라는 게 무조건적 과제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권영세 본부장의 경고성 발언 후 수원 유세에 불참하며 신경전을 벌였지만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재차 불을 붙인 셈이다.
두 후보의 '담판 회동'에 야권의 모든 관심이 쏠렸지만, 현 시점에 무엇을 주고 받으며 타협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윤 후보 측 선대본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지금부터는 말 그대로 후보들 사이에 결단으로 판가름이 날 것 같다"며 "안 후보가 협상 조건을 바라는 것 같진 않은데, 그렇다고 해서 뭘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여론조사 경선을 제안했을 때는 시간을 끌더니 이제 와서 윤 후보 측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열세인 상황에서 여론조사 경선을 하자는 것 자체가 사실상 정권교체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정신을 보여준 것인데 그때 고사작전을 편 게 결국 다 들통이 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