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주제에 맞게 권력구조·선거제 개편, 우크라이나 사태로 불거진 한반도 평화 등도 도마 위에 올랐지만, 선거를 관통하는 변수로는 대장동 사태가 중요하다는 양강 후보 측의 판단에서다.
또 대장동…尹 "의혹 또…이완용" 李 "커피는 왜…부산저축은행, 삼부토건"
지난 토론에서 대장동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 간 녹취록을 둘러싸고 설전을 펼쳤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양강 후보는 이번에도 대장동 사태를 두고 맞붙었다.
선공은 윤 후보가 날렸다. 윤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토론 시간에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이날 의혹을 제기한 문건 내용을 언급하며 이 후보의 대장동 설계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원 본부장은 이날 제2 경인고속도로 분당 출구 부분 배수구에 버려졌던 문서를 제보자를 통해 입수했다며,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 책임자인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에게 대면 결재를 받아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는 사업이 확정됐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성남)도시개발 공사의 정민용 변호사라는 분이 이 후보하고 독대해 결재를 받았다는 식의 서류 결재 내용이 발견됐다"며 "국회에서 물어보면 자료공개를 또 거부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종합해 보면 거짓말을 이야기 하시는데, 그동안 하신 이야기들이 사실과 다른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윤 후보 정말 문제시다.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도 윤 후보"라며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봐줬지 않나.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이 맞다면 '죄를 많이 지어서 구속돼 바로 죽을 사람'이라고 돼 있다"고 반격에 나섰다.
윤 후보는 더욱 거세게 압박에 나섰다. "제가 몸통이라고 하는데 제가 몸통이면, 제가 성남시장을 했나, 경기지사를 했나. 아니면 제가 관용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대구고검으로 좌천가서 앉아있는데 어떻게 몸통이 되느냐"고 거세게 이 후보를 비난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소환한 윤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 후보의 측근인 정진상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이 김만배, 유동규와 특수관계였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그는 "녹취록이 하나 발견된 것을 보면 2014년 6월 29일 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선하고 난 후인데, 김만배, 정진상(당시 성남시 행정실장), 김용(당시 성남시의원),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가 모여서 도원결의 의형제를 맺는다"며 "후보께서 유동규나 김만배하고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고 늘 얘기하셨는데, 적어도 측근이 되려면 정진상이나 김용 정도는 돼야 한다. 그런데 네 사람이 의형제 도원결의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공격했다.
이 후보가 그간 김씨나 유 전 본부장과의 인연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이 자신의 측근 인사와 아주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까지 부인할 수 있느냐는 공격인 셈이다.
윤 후보는 "김씨가 (언급한) '그 분'이 누구냐 가지고 논란이 되니 '그냥 다 나다. 김만배다'라고 진술해달라고 얘기를 한다"며 "결국 이 네 사람과 이 후보가 모든 것을 설계하고, 승인하고, 기획한, 그리고 도장을 찍은 이 후보가 몸통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나오지 않느냐"고도 몰아붙였다.
이 후보는 "이게 토론장인지 연설장인지 모르겠다"며 "수사를 정말로 무리하게 하시는 것 같다. (윤 후보) 본인이 더 녹취록에 극렬하게 많이 나오지 않나. 그 점을 생각 좀 하고 말씀하시라"고 반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조우형한테 커피는 왜 타주셨냐"며 윤 후보가 대검찰청 중수2과장 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출금 1805억원을 대장동 개발자금으로 끌어온 조우형씨가 처벌 대상에서 빠진 일을 거론하며 맞불도 놨다.
윤 후보가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가져다 붙이려고 10년 전 것을 (가져오느냐)"고 답하자, 이 후보는 "삼부토건은 왜 봐주셨냐"고 재차 압박에 나섰다.
이 후보는 답변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는지 자신의 주도권토론 시간까지 관련 내용을 이어가며 "'내가 가진 카드면 윤석열 죽는다', '구속영장치면 죽는다', '그만 부탁해라', '못봐주겠다'는 명확한 녹취록이 있다. 윤석열이 몸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끝까지 반박을 이어갔다.
연동형비례대표제 책임 두고도 공방…"정의당 뒤통수 쳐" vs "국민의힘이 먼저…사과 안 하나"
이날 토론 주제였던 정치 분야와 관련해서는 최근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던진 선거제 개편을 둘러싼 신경전이 눈에 띄었다.
'윤 후보만 빼고 협력하겠다'는 이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음에도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어 사실상 합의를 파기한 점에 대해 고개를 숙이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거듭 건넸다.
하지만 포문은 윤 후보가 열었다. 송 대표의 제안에 "정치쇼에 가깝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지를 받지 못했다"며 "선거를 불과 열흘 앞두고 전격 제안이 돼서 '정권교체'라고 하는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정치교체'라고 하는 이런 프레임으로 치환하는 선거전략으로 악용되지 않을까 참 우려된다"고 맹비난한 것이다.
윤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정의당의 협조를 받아놓고는 바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이 후보는 "위성정당 먼저 시작한 것 저는 사과드리고 있다"며 당시 민주당이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한 것은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윤 후보가) 모르고 그러는지 알고도 그러는지 모르겠다. 위성정당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먼저 시작해서 민주당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먼저 위성정당을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실 의향 없느냐"고 거꾸로 압박에 나섰다.
그러자 윤 후보는 "의석수를 가지고 밀어붙인 역사는 없다. 무리한 선거법 개정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비례위성정당 논란의 책임이 국민의힘이 아닌 패스트트랙에 합의했던 정당들에게 있다고 주장하며 사과 질문을 피했다.
비례위성정당의 최대 피해자인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의지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안 하면서, 서로간에 상대방 핑계 대는 게 지금까지의 양당 정치"라며 두 후보 모두에게 일침을 가했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유약한 태도" vs "큰 소리나 뻥뻥"…안보 두고도 설전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설전은 외교안보 분야로까지 이어졌다.
이 후보는 윤 후보의 선제 타격, 전술핵 등의 언급이 제대로 된 상황 판단 없이 쏟아져 나온 주장이라고 지적한 반면, 윤 후보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우크라이나의 약한 국방력과 힘있는 우방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 후보야 말로 나태한 시각으로 국제 정세를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6개월 초보 정치인이 대통령이 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가입을 해주지 않으려고 하는데 가입을 공헌하고 러시아를 자극하는 바람에 충돌했다"며 "윤 후보는 거칠고 난폭하다. 선제타격을 하겠다는 것 (자체가) 전쟁 개시라는 것을 아시냐"고 몰아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초보 정치인이라고 표현하면서, 정계에 입문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윤 후보 또한 초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어 "말을 세게 할 게 아니라 실전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외교적으로 협의나 소통 잘 하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며 "큰소리나 뻥뻥 친다고 되겠나. 이런 것을 가지고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말만 앞선 후보라고도 비난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니 군 통수권자와 대통령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된다"며 이 후보야 말로 사정을 모르는 나약한 소리를 한다고 맞대응했다.
그는 "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하고, 그 의지를 보일 때만 전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유약한 태도를 가지고는 오히려 평화가 위협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로 국가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지는 게 아니라, 확실한 힘과 강력한 동맹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후보의 공세는 북핵 억제책을 두고도 이어졌다.
그는 윤 후보에게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여전히 주장하느냐", "새로 말씀하신 핵 공유는 어떤 것이냐"고 연거푸 질문을 던졌다.
윤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저한테 물은 것인가. 저는 핵 공유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이 후보는 "하도 왔다 갔다 하셔서"라고 꼬집는 등 신경전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