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 책임 공방…대선토론, 대장동부터 핵억제까지 날선 설전(종합)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오후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정치분야)에서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윤창원 기자
25일 열린 대선 후보 4인 2차 법정 TV토론에서는 권력구조와 선거제 개편 등 정치개혁에 대한 신경전이 펼쳐졌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외교·안보 분야 토론에서도 핵억제 등 한반도 평화방안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전개됐다.
 

연동형비례제 책임 공방…"민주당이 뒤통수" "국민의힘 사과할 생각 없나"


정치분야가 주제였던 만큼 첫 공통질문은 권력구조 개편이었지만, 네 후보는 지난 2020년 총선의 최대 화두였던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둘러싸고 책임공방을 펼쳤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정당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도입했지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사실상 합의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데 대한 책임 묻기였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25일 오후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제20대 대선 제2차 초청후보자토론회(정치분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포문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열었다. 최근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다시 연동형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카드를 꺼낸 것을 "정치쇼에 가까운 주장"이라고 맹비난한 것이다.
 
지난 총선에 대해서도 "정의당의 협조를 받아놓고는 바로 위성정당을 만들어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며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원색적인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거듭 유감을 표하면서도, 윤 후보를 향해 "모르고 그러는지 알고도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위성정당 문제는 국민의힘에서 먼저 시작해서 민주당에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간 것"이라고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그러면서 "위성정당 먼저 시작한 것 저는 사과드리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먼저 위성정당 만든 것에 대해 사과하실 의향 없느냐"고 윤 후보를 압박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선거제도 개편을 "의석수를 가지고 밀어붙인 역사는 없다. 무리한 선거법 개정 자체가 근본적인 문제"라고 거듭 책임을 패스트트랙에 합의한 정당들에게 돌렸다.
 
비례위성정당의 최대 피해 정당으로 평가되는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 후보는 "의지를 가지고 해결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안 하면서, 서로 간에 상대방 핑계 대는 게 지금까지의 양당 정치"라며 두 후보 모두에게 일침을 가했다.
 
심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법은 현역 의원들 중심으로 되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의지만 갖고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진정성을 촉구하는 한편, 윤 후보에게도 "국민의힘은 정치개혁 일체를 반대해왔다"며 이를 언급할 자격이 없다고 꾸짖었다.
 

씬스틸러 심상정…"단일화 가능성 열려 있나" "박근혜씨는 범죄자인가"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스튜디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2차 정치분야 방송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 후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거듭 던지며 양강 후보 사이에서 존재감을 나타냈다.
 
정치개혁 토론 중 "다원적 민주주의와 후보 단일화는 양립할 수 없다. 단일화는 힘센 정당이 힘이 약한 정당을 사실상 굴복시키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후, 안 후보를 향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단일화 논의가 있었는데 아직 단일화가 열려 있느냐"며 기습 질문을 던졌다.
 
안 후보는 당황한 듯 몇 초 간 침묵한 후 "지금 이미 결렬됐다고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심 후보는 "앞으로 더 추진될 가능성은 별로 없습니까. 윤 후보님?"이라고 윤 후보를 향해서도 기습적인 질문을 던졌다.
 
윤 후보는 "글쎄 뭐"라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후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저희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 안 후보와 달리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답을 내놨다.
 
그러자 안 후보는 "제가 윤 후보께 제안을 했었던 것은 '경선을 하자' 그 말씀을 드렸었고, 거기에 대해서 생각이 없으시면 그것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그렇게 분명하게 저는 정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거듭 단일화 무산을 강조했다.
 
이후 심 후보는 "박근혜씨는 국정농단 중범죄자인가, 부당한 정치 탄압을 받은 것인가"라며 윤 후보에게 곤란한 질문을 다시 던졌다.
 
윤 후보는 "검사로서 맡은 일을 한 것이고 검사는 공소장으로 말한다"며 "제가 아무리 정치에 발을 디뎠다 해도 처리한 사건에 대해 정치적 평가를 하는 건 직업 윤리상 (맞지 않다)"고 질문의 핵심을 피했다.
 
반면 이 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것이냐는 심 후보의 질문에 지체 없이 "안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즉답했다.
 

또 다시 불거진 대장동…"법인카드로 초밥" vs "커피는 왜 타줬나"

윤창원 기자
그동안 매 토론회마다 단골 손님처럼 소환된 대장동 사태는 이번 토론에도 등장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원희룡 정책본부장이 이날 의혹을 제기한 문건 내용을 언급하며 선제공격에 나섰다.
 
그는 언론을 통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측 정민용 변호사가 "이 후보와 독대해 결재를 받았다는 서류 내용이 발견됐다"며 이 후보의 그간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고 공격했다.
 
이에 이 후보는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도 윤 후보"라며 윤 후보가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봐줬고, 김만배·정영학 녹취록에 의하면 "죄를 많이 지어서 바로 죽을 사람"도 윤 후보라고 반격에 나섰다.
 
그러자 윤 후보는 "제가 몸통이라고 하는데 제가 몸통이면, 제가 성남시장을 했나, 경기지사를 했나. 아니면 제가 관용카드로 초밥을 먹었나"라며 "마치 이완용이 안중근에게 '나라 팔아먹은 사람'이라고 하는 것과 똑같다. 대구고검으로 좌천가서 앉아있는데 어떻게 몸통이 되느냐"고 거세게 이 후보를 비난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까지 소환한 것이다.
 
이 후보는 "조우형한테 커피는 왜 타주셨냐"며 윤 후보가 대검찰청 중수2과장시절 부산저축은행 대출금 1805억원을 대장동 개발자금으로 끌어온 조우형씨가 처벌 대상에서 빠진 일을 거론하며 맞불을 놨다.
 
윤 후보가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가져다 붙이려고 10년 전 것을 (가져오느냐)"고 답하자, 이 후보는 "삼부토건은 왜 봐주셨냐"고 재차 압박에 나섰다.
 

핵억제 두고도 설전…전술핵 배치, 핵공유 두고 공방

미니트맨 Ⅲ ICBM. 사진은 1970년대에 촬영됐으며 장병들과 비교해 보면 그 크기를 알 수 있다. 미 공군 지구권타격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핵억제를 두고 설전이 펼쳐졌다.
 
이 후보는 윤 후보가 안보를 관리하는 대신 강한 메시지만을 내세우고 있다며 "말을 세게 할 게 아니라 실전에 철저히 대비하면서 외교적으로 협의나 소통 잘 하면서 관리를 해야 한다. 큰소리나 '뻥뻥' 친다고 되겠나. 이런 것을 가지고 '안방 장비'라고 한다"고 저격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초음속 미사일이 날아오는데 이런 말씀을 하시니 군 통수권자와 대통령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참 많이 걱정된다"며 "종이와 잉크로 된 협약서 하나로 국가의 안보와 평화가 지켜지는 게 아니라, 확실한 힘과 강력한 동맹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를 여전히 주장하느냐", "새로 말씀하신 핵 공유는 어떤 것이냐"고 거듭 질문을 던졌다.
 
윤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저한테 물은 것인가. 저는 핵 공유를 얘기한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하도 왔다 갔다 하셔서"라고 꼬집었다.
 
북핵 확장 억제책에 대해서는 안 후보가 윤 후보를 향해 "구체적 방안은 어떤 것이냐"고 먼저 질문했다.
 
윤 후보가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라든가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배치하고 있는 전술핵으로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고 답하자, 안 후보는 "'전략핵'이 아니라 '전술핵'이라고 말씀하셨냐"며 ICBM에 대한 언급 의도를 따져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캘리포니아 반덴버그(공군기지)에서 쓰는 것은 전략핵이라고 봐야 한다. 거기서도 그 탄도의 규모를 폭발력을 조절해 전술핵과 마찬가지로 쓸 수도 있다"며 "괌에 미국 전술핵이 있으면 미국 전투기가 싣고 대응하는 것인데 그 시간보다 반덴버그 전략핵의 폭발력을 축소해서 전술핵 규모로 대응하는 것이 시간적으로 더 적게 걸린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안 후보는 "잘 모르는 말씀이다. 핵 공유 협정은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협정과 다르게 미군기에 탑재된 핵에 대해 미국과 한국이 협의해서 사용할 건지를 의논하자는 것"이라며 "미국에 있는 핵무기를 한국 전투기에 탑재한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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