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후보는 이 과정에서 "전략핵탄두 규모를 폭발력을 조절해서 전술핵처럼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전략핵탄두의 폭발력을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반대 경우는 가능한데, 윤 후보가 전략핵과 전술핵의 개념이나 운용 차이를 혼동한 상태에서 한 발언으로 보인다.
전략핵무기 '폭발력 조절'?…전술핵무기 폭발력 조절은 가능하지만
핵무기는 크게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로 나뉜다. 군사적으로 전략(strategy)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을 의미하며, 전술(tactic)은 '전투를 이기기 위한' 방법을 의미한다. 즉 전략핵무기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한 발로도 대도시나 대규모 공업단지를 파괴할 위력을 갖고 있다.미국이 실전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LGM-30 미니트맨 Ⅲ는 미군 전략사령부(STRATCOM) 예하 공군지구권타격사령부(AFGSC)가 운용한다. 여기에는 W78, W87 핵탄두가 탑재되며 위력은 기본적으로 300kt 이상이다. 폭발력을 조절할 수는 없다.
미군이 운용하는 유일한 전술핵무기는 B61로, 항공기에 탑재해 목표에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투하하기 전 폭발력을 '세팅'할 수 있다는 점이 특이한데, 0.3에서 300~400kt 정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조금 더 정확히는 B-2와 B-52 전략폭격기에 탑재할 수 있는 B61-7이 360kt, B-2에 탑재할 수 있는 B61-11이 400kt 위력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둘은 전략핵무기로 분류하기도 한다. 나머지 버전들은 수십kt 정도까지 위력을 조절할 수 있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서 폭발한 원자폭탄 '리틀 보이'의 폭발력이 약 15kt이다. 즉 ICBM은 기본적으로 히로시마 원폭 20배 이상 위력을 전제하고 사용되며, 전술핵무기는 위력을 조절하기에 따라 폭발력이 달라진다.
그러나 윤 후보 주장처럼 미국에서 발사하는 전략핵무기를 전술핵무기 수준으로 위력을 조절해 사용할 수는 없다. 전술핵무기가 전략핵무기에 육박하는 폭발력을 내는 일은 가능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애시당초 대형 탄두를 멀리까지 실어보내기 위해 크고 비싼 ICBM을 개발했기 때문에 굳이 폭발력이 작은 탄두를 실어 보내는 일은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위력은 차치하고 "전략핵이 시간 적게 걸린다"는 사실…전술핵은 비행기에 실어야
괌에 있는 B61 전술핵폭탄은 전투기 또는 폭격기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괌에서 평양까지는 약 3400km인데, 마하 1.6(시속 1900여km) 속도를 지닌 F-35 전투기에 탑재해서 투하한다고 해도 2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전에는 한국에도 포병이 쓸 수 있는 각종 핵포탄 등이 배치돼 있었지만 냉전이 끝난 뒤 90년대 초반에 철수했고, 대규모 전면전 위험이 사라짐에 따라 여러 종류의 핵포탄·전술핵폭탄을 모두 퇴역시킨 뒤 B61만을 남겨뒀다. 남은 재고 또한 200개 가량으로 많지 않다. 때문에 주로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보고 있는 유럽 지역에 배치돼 있다.
이와는 달리 탄도미사일은 그 속도 자체가 워낙 빠르기에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미니트맨 Ⅲ ICBM을 쏘면, 평양까지 도달하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