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는 우크라이나가 그토록 원했던 '스위프트' 제재를 왜 뺐나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연합(EU)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경제·금융·산업 상의 제재 조치를 내렸지만 우크라이나가 강력하게 원했던 게 하나 빠졌다. 바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제재다.
 
드리트로 포노마렌코 신임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도 25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와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 의사를 밝힌 한국 정부에 사의를 표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스프위프 제재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스위프트는 각국 주요 은행 상호 간의 지급·송금 업무를 위해 사용하는 전산망이다. 전 세계 200여 개국 1만 1천 곳이 넘는 금융기관이 사용한다. 스위프트 제재는 러시아를 여기서 퇴출하는 것이다. 
 
서방의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VTB 은행. 연합뉴스
이렇게 되면 러시아에서 타국으로, 타국에서 러시아로 송금 또는 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을 희망하는 것은 바로 이런 손에 잡히는 강력한 효과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거래 관계에 있는 다른 나라 금융기관 뿐 아니라 기관·개인고객들도 손해를 보기 때문에 EU는 물론 미국의 제재에서도 빠졌다.
 
베이징에 나와 있는 금융기관 관계자는 "스위프트에서 배제되면 해외로 돈을 보내거나 외국에서 송금받는 게 사실상 힘들어진다"며 "다른 금융제재로 러시아의 주요 기관의 손발을 묶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서방의 제재에서 스위프트가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뿐 아니라 EU에서 탈퇴한 영국이나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을 주장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라파예트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전쟁 안 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프랑스와 독일, 네덜란드 등 일부 EU 회원국들은 자국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 퇴출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비공식 회의에 앞서 "모든 옵션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다"면서도 "최후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배제할 경우 유럽과 다른 서방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즉각적으로 제재 수단으로 사용하는 데는 주저하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를 추가하면서 "그것(러시아를 스위프트에서 축출하는 것)은 항상 선택 사항이지만 지금 당장은 다른 유럽 국가들이 취하고자 하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방의 러시아 제재가 신통치 않거나 우크라이나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최후의 카드로 남겨 놓았던 스위프트 카드가 우선 순위로 재조정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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