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경제적 약자만 노린 게 아니다. 2020년 1월 20일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경우는 7500명이 넘는다. 코로나를 앓다가 기저질환이 악화한 경우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많을 것이다. 지금 한창 유행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 역시 연령이 많을수록 높은 중증화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영유아들의 사망도 심상치 않게 발행하고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중반에 정점이 오면 그때 역시 가장 큰 피해는 생물학적 약자들의 몫이다.
코로나19 위기 속 지금 가장 치열한 생존 경쟁이 바로 경제적 약자와 생물학적 약자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피해를 위해 가급적 빨리 엔데믹(코로나19를 풍토병으로 취급하는 상황)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들의 피해를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고위험군 등을 감안하면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반대로 강화된 거리두기가 오래갈수록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심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틀 후 "코로나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적절한 거리두기의 선이 어디인지를 판단하기란 매우 어렵다"며 "사람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판단이 다르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와 청와대는 왜 한쪽을 위해 한쪽이 희생해야 되는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 경제적 약자와 생물학적 약자를 '치킨게임'으로 내몰았을까.
"사실은 경제 영역 쪽에서 손실보상이나 이런 부분들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정부의 거리두기 완화에 반대하며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한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렇게 짚었다. 그는 "이번에 추경이 14조(16.9조로 증액)밖에 안 돼서 지금 고생하고 있는 자영업자분들한테 보상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그분들한테 죄송해서라도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례에 견줘보면 이 교수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된다.
우선 한국은 대출 중심의 지원이 이뤄졌고 일부 보상‧지원금 등 직접 지원이 보완적으로 이뤄졌다. 우선 집합금지‧영업시간 단축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는 두 차례에 걸려 총 500만원이 지원됐고, 범위를 넓혀 일반업종까지 포함한 소상공인에게는 100만원에 이어 30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한국이 자본주의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은 대출 형식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직접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 분기매출이 25% 이상 감소한 중소기업(300인 이하)과 1인 자영업자에게 인건비의 2.5배를 지원하는데, 고용을 유지하고 대출금을 인건비‧고정비(임대료 포함) 등으로 쓰면 전액을 탕감해준다.
독일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긴급지원금 최대 1만5천유로(약 2천만원)을 지원하고, 이후 임대료와 인건비 등 고정비를 최대 100% 지원하고 있다.
영국도 월소득 최대 80%를 3개월치 일시 지급하고 있고, 스위스도 소득금액의 80%를 현금 지급해주고 있다. 일본은 영업시간을 단축한 식당에게는 하루에 6만엔(약 63만원), 식당과 관련된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 40만엔(약 420만원), 개인사업자 20만엔(약 210만원)을 일시 지급한다.
몇 달치 임대료 지원에 그치는 한국과 달리 대다수 국가들은 꾸준히 손실을 보상해주고 있다.
그동안의 피해를 생각하면 자영업자들에 대한 직접 지원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반년 정도야 어떻게 협조를 얻어가면서 갈 수 있는데 2년이라는 시간은 자영업자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라며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손실보상을 더 해주는 게 맞는 정책 방향"이라고 전했다.
랩2050대표 이원재 대표는 "코로나 시기에는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자영업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소득이 크게 감소했을 때 실여급여처럼 상시적으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 출신의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은 방역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덴마크는 유럽에서 코로나시기에 소상공인 시위가 없었던 드문 국가"라며 "그 비결은 방역대책을 만들 때 소상공인 대표, 외식업 대표, 지방정부 대표 등이 들어가 일방이 희생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100% 손실보전은 천문학적인 금액이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대신 해마다 소상공인한테 걷어 들이는 부가가치세 16조원을 당분간 면제하는 방법과 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식당‧카페에 대한 영업시간을 1시간 연장한 것은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벼랑 끝에 선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쌓여만 가고, 오미크론 확산세를 지켜보는 감염 취약층은 불안하기만 하다. 방역과 경제를 따로 떼어서 최선의 길을 택해야 했지만, 쉽게 가려고 이를 한데 묶어 놓은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