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터져나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표심에 영향을 줄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시각이 확연히 달라 더욱 눈에 띈다.
민주당은 복잡한 국제 관계에서 국민을 지킬 실리적 외교를 할 수 있는 '유능한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힘을 바탕으로 한 평화를 강조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 "유능하고 안정적 리더 필요한 이유"… '尹 사드'도 비판
민주당은 25일 유능과 안정적 리더십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승래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이날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관계의 불확실성도 높아졌다"라며 "그 어느 때보다 유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때다. 경험과 실력이 부족하고, 철 지난 관념과 색깔론으로 점철된, 미숙한 리더십으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의 유능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비판한 것이다.그러면서도 송영길 당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가 이날 "민주당은 한미동맹을 기초로 대응하고 한반도 평화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겠다"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전날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긴급회의를 열고 '위기의 리더십'을 어필했다. 이 후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민들의 안전이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전에 만전을 기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피해와 국내 경제에 미칠 불확실성도 최소화하고,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원유 같은 원자재 공급망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특히 수급 우려가 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각별히 살펴서 기업 운영에 어려움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이번 대선에 던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공약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는 필요하지도 않고, 전쟁 위기만 고조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윤 후보가 했던 '선제 타격' 발언 역시 한반도 위기감만 올리는, 대통령이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충북 충주와 강원 원주 유세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경제가 죽고 국민 삶이 망가지는데, 필요하지도 않은 사드를 충청에, 강원에, 수도 권에 설치하겠다고 하면 안보 불안을 조성해 표를 얻을지는 몰라도 온 국민이 피해를 입는다"며 윤 후보를 비판했다.
또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도 사드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는데 (윤 후보가) 두 번이나 부인했다"라며 "이번에 내가 또 물어볼 것"이라고 이날 저녁 열리는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윤 후보와의 공방전을 예고했다.
국민의힘 "대북정책 바꿔야"… 힘 우위의 평화 강조
국민의힘은 강력한 힘으로 평화를 지켜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윤석열 후보도 전날 긴급대책회의에서 "대한민국도 냉정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말로만 외치는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이 결코 한반도의 평화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평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을 비판한 윤 후보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서도 "전쟁을 막는 것은 말 뿐인 종전 선언이나 평화 협정이 아니다"라며 "튼튼한 자주 국방력과 동맹국과의 강력한 연대가 있어야 한다"라고 재자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집권 여당의 안보관에 대해 대대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후보가 깨닫지 못한 진실은, 힘이 없으면 국민의 밥상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라며 "힘이 없으면 평화를 지킬 수 없고, 확고한 동맹이 없다면 강대국 인접국은 침략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안보를 강조하고 있는 윤 후보는 사드 추가 배치 이슈 등으로 민주당의 안보관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자체 핵무장이나 전술핵 배치 등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