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푸틴·시진핑의 '무력과시' 시대가 가져올 세계 질서 후폭풍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외곽에 있는 군기지의 레이더와 장비들이 러시아군 폭격에 파괴된 채 불타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동·남·북부에서 동시다발로 공격하며 전면 침공을 단행했다. 연합뉴스

푸틴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면 공격하고 있다. 침략은 우크라이나 북쪽과 서쪽, 남쪽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비록 우리와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나라지만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되는 공습 장면은 공포와 우려를 상기시킨다.
 
파란 창공위로 제트구름을 만들며 날아 다니는 미사일과 포격, 긴박하게 움직이는 탱크행렬, 지하철역에 마련된 시설로 대피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잔뜩 긴장된 표정은 푸틴의 전쟁이 불러일으킬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렵게 만든다.
 
러시아의 우크라 공격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파장을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러시아는 전 세계에서 세 번째 산유국이다.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강력한 제재를 발동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미국과 유럽 나토 회원국들은 25일 긴급 모임을 갖고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제 조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시장에서 유가는 이미 배럴 당 100달러 대를 넘어서고 있다. 천연가스는 물론이고 자원 부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원자재 값이 폭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석유나 천연가스는 벌써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던져 주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좌고우면 없이 공격을 감행하고 있지만, 미국과 서방 국가들은 제재 외에는 상황을 타개하고 푸틴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푸틴의 침략이 가시화 된지 상당 기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미국과 서방 등 자유 진영은 푸틴의 권위주의 정권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나토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절대 파병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서방의 외교관은 "러시아가 조지아, 크림반도, 돈바스를 거머쥘 때 우리는 푸틴을 멈추게 할 아무런 준비를 하지 못했다"고 개탄했다.
 
러시아 내부적으로도 푸틴의 무모한 도발을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는 실정이다. 푸틴의 무든 정적이나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은 탄압으로 이미 무너졌고 크렘린의 내부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에서도 푸틴을 제어할 수 있는 세력이 없다는 것이 서방의 분석이다. 러시아에는 '푸틴에게 이너서클이 없고 오직 푸틴 뿐'이라는 얘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 공격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이 짐과 가방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연합뉴스

푸틴의 무모한 전쟁으로 유럽은 전쟁의 공포에 빠져들었다. 1945년 2차 세계 대전 종전 이래 유럽에서는 77년 만에 가장 큰 지상전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에게도 남의 집 불 구경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 침략은 탈냉전 이후의 유럽의 질서는 물론이고 70여년 간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해온 세계의 세력 개편을 촉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푸틴의 전쟁은 단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는 데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푸틴은 과거 소련 연방 시절과 같은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손쉽게 푸틴의 손에 넘어간다면,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는 물론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과 같은, 냉전 종식과 함께 무너졌던 옛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에 대해서도 나토 가입 포기를 종용하며 무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현실이 된다면 유럽은 공포의 도가니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푸틴의 도박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에게도 직접적이다. 푸핀은 시진핑의 중국과 연대해 미국에 대항한 '다극적 세계질서' 구축을 선언하고 있다. 미국 일방에 의한 세계질서가 자유주의 진영 대 권위주의 정권 진영으로 쪼개질 수 있는 변곡점에 처해 있는 것이다. 진영이 두 편으로 갈리면 우리나라는 외교적으로 국익을 관철하는데서 상당한 악조건을 갖게 된다. 
 
푸틴의 침공이 가져올 파장은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가 점령에 맞서 얼마나 단호하게 맞설 수 있을지에 달려있다. 서방 국가는 우크라이나에 군수 물자를 지원하고 러시아에 제재를 발동하고 있는데 이러한 조치가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우리도 지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무력 과시를 앞세운 러시아와 중국의 권위주의적 패권경쟁이 불러올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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