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는 도중 러시아 현지시간으로 이날 새벽 5시50분 국영방송을 통해 군사작전을 승인한다는 긴급 연설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새벽 연설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작전을 수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군은 전투태세에 들어갔다"며 "사건 진행 상황과 정보 분석상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군의 충돌은 불가피하며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푸틴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진격하도록 명령한 것은 돈바스 지역에서 독립을 선포한 친러 세력을 승인한 데 따른 지역 주민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진심은 서방에 기울대로 기울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핵포기 정책 제고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무력화시키고 단단히 손보려는 것이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이빨 빠진 종이호랑이' 취급을 당했던 러시아의 강대한 힘을 과시하고 과거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큰 그림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2000년 이후 4기째 집권 중인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 전략으로 연결된다.
NATO의 동진은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안보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주요 근거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과 아버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러시아가 동독 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한 뒤에 NATO는 독일에 어떤 무기도 배치하지 않을 것이고 동유럽 사회주의권 국가는 어떤 군사동맹에도 가입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NATO는 동진을 거듭해 옛 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발트 3국까지 도달했고 러시아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는 우크라이나까지 가입 얘기가 나오고 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2000년, 2004년, 2008년 등 세 차례에 걸쳐 나토 가입 의사를 밝혔지만 그때마나 거절 당했다. 푸틴에게는 NATO가 구원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일찌감치 우크라이나에 미국 병력을 보내지 않겠다고 자신들의 패를 미리 깠고, NATO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된 24일에 동부 유럽 지역에 병력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낼 계획도 없다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강력한 제재를 공언하고 있지만 광활한 영토와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 대국인 러시아에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고 제재에 따른 피해가 유럽 국가들에 전이될 수 있다는 서방의 우려를 간파한 결과이기도 하다.
더욱이 러시아의 뒷배에는 중국이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던 중국은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고 말함으로써 적어도 미국 등 서방의 움직임에 보조를 맟추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애초부터 군사력에서 상대가 되지 않던 우크라이나가 코미디언 출신의 블로드미리 젤렌스키 대통령의 좌충우돌과 미숙한 국정운영 능력도 푸틴의 결정을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