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수 회장, 지난 2012년 12월 '18대 대선 D-3일' 신천지 탈퇴자 만나 '회유' 정황
이영수 회장은 정치권에서 '그늘 속 실세'란 유명세답게 17대 대선 한나라당 유세본부장, 18대 대선 새누리당 직능6총괄본부장, 19대 대선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 총괄본부장·유세지원특별본부장을 지냈다. 그리고 이번 20대 대선에서는 국민의힘 윤석열 캠프 조직통합단장을 맡고 있다.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에서 '조직' 관리를 맡았던 이영수 회장은 지난 2012년 12월 16일 대선을 사흘 남겨두고 신천지 간부 출신 탈퇴자 A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왜 만났을까?
2012년은 신천지와 정치권 유착 의혹이 연이어 터져 나왔던 해이다.
CBS 취재로 신천지가 2007년 대선 당시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문'을 전국의 12개 지파에 하달해 한나라당 특별당원 가입을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고, 12월 대선을 며칠 앞두고는 신천지 수석장로 황모씨가 새누리당에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나 '새누리당 신천지 연루설'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르던 시기였다. 신천지 탈퇴자에게서 새누리당 당원증이 유착 증거물로 나오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신천지 탈퇴자 A씨는 얼마 전 또 다른 신천지 탈퇴자가 '신천지에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지시했다'는 양심선언 보도를 접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뜻밖에도 A씨는 자신이 이영수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과 명함, 이영수 회장의 자필로 보이는 10년 전 확인서를 보여줬다.
이영수 회장 자필 확인서, "신천지 문제 최대 협조하겠다" 했지만…
신천자 탈퇴자 A씨는 과천본부 간부를 지낸 인물로 탈퇴 직후 청년 가출, 가정 파괴 등 신천지의 반사회적인 실체를 폭로해왔다.
A씨는 이영수 회장과의 만남은 이영수 회장 측에서 지인을 통해 만나자고 해 성사됐다고 말했다.
A씨는 "2012년 12월 16일에 이영수 회장을 만났다"며, "신천지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생각에 신천지에서 겪은 일들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서 A씨는 이영수 회장의 확답을 받기 위해 자필 확인서를 받았다.
이영수 회장의 자필로 보이는 확인서에는 "상기인은 신천지 소속이었던 OOO씨와 상의하여 정의구현 차원의 신천지 문제를 처리함에 있어 최대한 협조하여 처리할 것을 확인해 드리는 바입니다"고 쓰여 있었다.
A씨는 이영수 회장과 1시간 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런데 A씨는 이영수 회장과 만남 후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중앙선대위 관계자들을 연달아 만났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친박' 중심에 있던 유정복 의원(박근혜후보 중앙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과 서병수 의원(사무총장), 이승억 특보(중앙선대위 대외협력특보), 김일도 특보(중앙선대위 조직특보)를 차례로 만났다.
A씨는 "모두 하나같이 신천지 문제를 잘 해결할 테니 도와달라는 식 이었다"며, "새누리당 고위 당직자들과 만남이 익숙하진 않았지만 신천지로 인한 피해자 양산을 막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들에게 신천지 실체와 위험성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18대 대선을 불과 2~3일 앞두고 선거 캠프 핵심 관계자들이 신천지 탈퇴자 한 사람을 연이어 만났다는 사실이 단순한 '리스크 관리' 차원이었을까?
A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A씨는 "18대 대선 하루 전인 2012년 12월 18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해외에서 돌아오는 날에 맞춰 신천지의 실체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는데 누가 알려줬는지 이만희 총회장이 입국장에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만희 총회장이 다른 게이트로 빠져나갔는데 이영수 회장과 관련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18대 대선이 끝난 뒤 신천지 문제 해결을 약속했던 이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A씨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유정복 장관을 만나려 했지만 보좌관을 통해 차후에 만나겠다는 말만하고 유야무야 끝나버렸다"며 분통해했다.
'신천지' 이슈 때마다 계속된 이영수 연락…"명절 때마다 용돈 줘가며 관리" 양심선언
18대 대선 후 이른바 '친박' 관계자들이 A씨와 관계를 끊은 것과 달리 이영수 회장은 A씨 자신을 계속해서 관리했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A씨는 "이영수 회장이 확인서를 써 줬으니까 나름대로 저를 관리 한 것 같다"며, "명절 때 같은 경우 꼭 전화를 걸어 보자고 해서 만나면 용돈을 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는 "18대 대선 후 2년 정도 더 만났는데 만날 때마다 입막음하려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2020 코로나19 터지자 또 다시 연락 온 이영수 회장…"한번 사무실로 와라"
신천지 탈퇴자 A씨는 2020년 2월 신천지로 인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자 이영수 회장에게서 또 다시 연락이 왔었다고 말했다.
A씨는 "신천지 문제만 나오면 이영수 회장에게서 일단 연락이 왔다"며, "코로나19 방역사건이 터졌을 때도 전화가 와서 한번 사무실로 오라고 했지만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에게 이영수 회장을 만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A씨는 "신천지에 대해 뭔가를 다 알고 있으면서 신천지측과 얼마든지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씨는 "사업가로서 이득 볼 것도 없는데 왜 나에게 용돈까지 줘가면서 관리를 했을까 생각해보면 이영수 회장은 내가 위험인물로 보였던 것 같다"며, "본인이 관리하는 조직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나를 관리한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2009년 송년의 밤 사진 속 이영수 회장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A씨에게 2009년 국민성공실천연합(이하 국실련) 송년회 사진 한 장을 보여줬다.
국실련은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조직으로 평가 받고 있다. 국실련 2009년 송년의 밤 사진 속에는 놀랍게도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과 이영수 회장 그리고 원희룡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이 등장한다.
A씨는 "이만희 총회장이 사진 속에 있다는 건 국실련 조직 속에도 신천지 신도들이 들어가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국실련은 2010년 이영수 회장 주도로 '뉴한국의힘'으로 조직 명칭이 변경됐고, 신천지 청년회장 출신으로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지낸 차한선 씨가 조직국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까지 기독교계를 비롯해 시민단체 110여 곳에서 윤 후보의 신천지 유착 의혹을 비판하며, 해명을 촉구하는 상황이다.
한편, 이영수 회장은 CBS와 전화인터뷰에서 "신천지 탈퇴자를 만난 건 사실이지만 이야기할 건 별로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을 알고 지내는 사이냐'는 질문에는 "차 한잔 하면서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