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0시 기준으로 834기 누적 확진자는 918명으로 거의 절반이 코로나19에 확진된 셈이다. 부모들은 공군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감염 사태를 키웠고, 아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운데 연락도 잘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부모들 "격리해도 결국엔 확진"…공군 "같은 생활관끼리 격리, 격리해제 이후 섞여"
공군은 지난 11일 834기 전체를 수료 처리한 뒤 일부는 격리하고 일부는 특기학교, 일부는 자대로 보냈다. 10일 0시 기준으로 2천여명 가운데 622명이 확진됨에 따른 조치다.당시 확진자들과 밀접접촉한 인원이 700명 정도였고 700명 정도는 음성 판정을 받은 상황이었다. 공군은 음성 판정을 받은 700여명부터 먼저 개인 희망사항을 수렴한 뒤 무작위 추첨을 통해 배속하기로 했다.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들은 격리해제 전 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특기학교나 자대로 보내게 된다.
사단에도 신병교육대대가 있는 육군과 달리, 해군과 공군은 한 기수 전체가 같은 부대에서 훈련을 받고 그 뒤에 대부분이 각 특기학교에서 주특기 교육을 받는다.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공군은 기본군사훈련단에서 확진자와 밀접접촉자를 격리하는 과정에서 같은 생활관에서 있던 이들끼리 단위를 구성해 격리했다. 이후 격리해제 전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이들을 특기학교로 보냈다.
부모들은 공군이 격리를 하는 과정에서 확진 후 완치자와 밀접접촉자 등 인원이 섞여 코로나19가 더 확산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더해 "생활치료센터엔 자리가 없고, 군 내 격리실도 턱없이 부족해 확진자만 10여명씩 있는 다인실에서 격리하는 경우도 많다"며 "격리 자체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인원들이 섞이면서 격리만 한 달씩 하는 경우도 있고, 결국엔 확진 통보를 받는 일이 많다 보니 '이러려고 격리했나'는 항의도 나올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공군은 이들을 특기학교로 보낼 때 확진 뒤 완치된 인원과 밀접접촉자를 따로 분리해 보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코로나19 특성상 일단 음성 판정이 나왔더라도 양성과 왔다갔다하는 등 상황이 발생해 확산될 가능성에 대해 묻자, 공군 관계자는 그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시설이 부족해지는 등 애로사항이 많아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격리 상황에서 가족과 연락도 못해…휴대전화 사용 허락한 육군과 딴판
834기 병 부모들은 CBS노컷뉴스 취재진에게 "휴대전화도 지급되지 않았고, 코로나19 확산 위험 때문에 공중전화(효전화)도 제대로 쓰기 어려워 소식을 거의 듣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들이 어느 부대에 있는지조차 군에서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규정상 훈련병과 특기병은 민간인을 군인으로 만든다는 교육 목적상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 자체를 비난하긴 어렵지만 전염병이 번지고 있고 격리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가족과 제대로 연락도 하지 못하면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같은 조치는 이미 비슷한 일을 한 번 겪었던 육군과는 상반된다. 지난해 4월 육군은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방역을 위해 실시했던 조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자 남영신 참모총장이 공식 사과하고, 군 방역관리체계 집중진단을 지시했다.
그 결과, 격리된 병사들이 고립감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해 이들에게는 평일 일과와 주말에만 사용을 허용하던 휴대전화를 평일 일과 시간 중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상식적으로 격리된 병사들이 일과를 할 수는 없으며, 외로움 등을 겪을 수 있기에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최근 육군 1사단 신병들의 경우 자대 배치 전 격리 생활시 부대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해 심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부모들의 불안감도 해소해준 사례도 있다.
반면 공군 병 834기는 일부가 생활치료센터에서 휴대전화를 요청해서 받긴 했지만, 대부분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일단 생활치료센터에 자리가 없어 못 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격리된 상태에서도 휴대전화를 따로 가족들에게 받아서 나눠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공군 관계자는 "입대할 때 휴대전화를 아예 가지고 오지 못하게 하고, 그래도 가져오는 경우 집으로 (입고 온 사복을) 보내는 소포에 넣어 보내게 해서 휴대전화가 없었다"며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공군은 집단감염이 발생해 조기 수료한다는 소식을 알리는 과정에서도 부모들이 가입돼 있는 SNS를 통해 이 소식을 전했을 뿐, 우편이나 전화 등으로 따로 알리는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SNS는 소식을 빨리 전할 수 있는 수단이긴 하지만, 모든 부모들이 가입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배려가 부족했던 셈이다.
다른 공군 관계자도 "SNS에 관련 소식을 계속 업데이트했지만, 모든 부모들이 알 수 있게 좀 더 세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사실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장관도 "방역 관리, 지휘관들은 현장 문제점 확인" 강조했는데…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대책이라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면서 "대응방안 시행력 강화를 위해 참모총장을 비롯한 주요 지휘관들이 현장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기민하게 대응하라"고 당부했지만, 박인호 참모총장이 이끄는 공군은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던 셈이 된다.
834기 부모들은 국방부와 공군본부 차원에서 이번 사태를 사과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발표하길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부모들이 어느 부대에 아들이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창구를 개설하며 휴대전화를 지급해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필요하다고도 요구했다.
공군 관계자는 "훈련병들 안전과 건강을 지키면서, 안정적인 훈련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부분에 중점을 둬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