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국내에서도 애니플러스와 왓챠를 통해 방영되며 뜨거운 인기를 모은 '주술회전' 성공의 중심에는 한국인 애니메이션 연출가 박성후 감독이 있다.
박 감독은 '원피스 필름 Z' '잔향의 테러' 'GARO' 시리즈 등 수많은 애니메이션에서 원화와 콘티 연출을 담당했으며, 지난 2017년 방송한 TV 애니메이션 '가로-배니싱 라인(GARO-VANISHING LINE)'으로 감독 데뷔했다.
TV 애니메이션에 이어 '극장판 주술회전 0' 역시 지난해 12월 24일 개봉 이후 현재까지 매출액 104억 엔(한화 약 1078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박 감독에게서 '극장판 주술회전 0'로 어떻게 일본 극장가까지 사로잡았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성후 감독(이하 박성후) : "역시 하는구나"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원작 0권이 영화화되는 것도 굉장히 기뻤습니다. 0권은 저희 스태프도 가장 하고 싶었던 에피소드이고, TV 시리즈를 시작할 때도 0권부터 하자는 의견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결국 지금의 형태가 됐지만 0권은 그만큼 스태프 모두가 사랑하는 작품이고, 저도 그 중 한 명이기 때문에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이었지요.
▷ 주인공 옷코츠 유타라는 인물을 보고 받은 인상이 궁금합니다.
박성후 : 처음에는 무척 미숙한 캐릭터지만 주술고전에 들어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점점 성장해갑니다. 그 모습이 현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사회는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지를 수 없는 환경이고, 그 속에서 아이들은 주변의 도움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옷코츠 유타는 현대에 살아가는 그런 인간의 모습이 굉장히 잘 반영된 캐릭터로 보였습니다.
▷ 극장판을 제작하면서 TV 시리즈와는 어떻게 차별화하려고 했는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성후 : TV 시리즈의 구성은 타이틀 앞에 오는 아반타이틀이 있고, 오프닝이 있고 나서 A 파트, B 파트가 있기 때문에 3개 파트로 구분하면서 속도감을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는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만들어야 해서, 시리즈와는 다른 속도감이 필요하죠. 게다가 100분 가까운 시간 동안 관객을 계속 집중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관객이 그만큼 끌릴 수 있도록 빠른 속도감을 의식했습니다.
그리고 중간에 광고나 엔딩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를 그대로 스트레이트로 그릴 수 있죠. 이번에는 그 덕분에 계절의 변화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만화는 흑백이고 색깔이 없기 때문에 원작이라면 그러한 시간 경과를 알아차리기 어려운 면이 있거든요.
사실 이 이야기는 옷코츠가 주술고전에 전학 오고 나서 1년 정도의 기간을 그린 이야기죠. 그래서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색채나 음향을 사용해 사계절을 표현하고, 더 이해하기 쉽게 약 1년이는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박성후 : 원작의 분량만으론 역시 부족해서, 각본 회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처럼 만드는 극장판이기 때문에 관객에게 서비스가 될 만한 묘사도 넣고 싶어서, 원작에서는 자세하게 그려지지 않았던 백귀야행 때의 고죠와 미겔의 배틀과 이에이리, 메이메이의 모습 등을 추가했죠. TV 시리즈 때 나나미가 인터뷰에서 대답했던 흑섬 4연발도 그렇습니다. 그것도 원작에는 구체적인 묘사가 없습니다만, 교토의 백귀야행에서 그리기로 했습니다.
▷ 옷코츠는 주구로 칼을 사용하는데요. 칼을 사용한 액션을 연출하면서 특별히 의식한 점이 있었나요?
박성후 : 저도 칼을 사용한 액션은 좋아하기 때문에, 특히 이야기의 종반에서 옷코츠와 리카가 게토와 싸우는 장면에서는 여러 영화를 참고하면서 화려한 검술 액션을 그리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장면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에 다시 원작을 보자, 이곳은 옷코츠의 칼의 액션보다 옷코츠와 리카의 콤비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애니메이터와 회의할 때 두 사람의 콤비네이션을 빠르게 표현하면서 게토를 상대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완성된 영상에서도 칼의 액션보다 옷코츠와 리카의 콤비네이션을 살린 액션이 충실하게 잘 표현됐죠.
박성후 : 원작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만, 저주가 되고 나서도 리카는 어릴 때와 똑같죠. 피의 색을 보고 "빨간색 좋아'라고 말하거나 어린아이처럼 눈에 보인 것에 순수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리카는 성장하지 않고 어린아이로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리카를 그리는 애니메이터에게도, 리카를 연기한 하나자와 카나 씨에게도 그 점에 신경 써 달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외모는 무서운 모습이고, 존재 자체도 특급 주령이라는 위험한 존재입니다. 실체는 어린아이여도 무서운 존재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 점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옷코츠와 마키가 방문한 초등학교에서 리카가 주령을 퇴치하는 장면은 리카의 리얼한 무서움이 나오도록 콘티 단계부터 여러 가지 흐름을 만들었죠. 완성된 애니메이션에서도 훌륭하게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 녹음 현장에서 옷코츠 역의 오가타 메구미씨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박성후 : 오가타씨는 원작을 굉장히 많이 보시고, 캐릭터도 정확히 해석했어요. 오가타씨와 저, 음향 감독인 후지타씨는 옷코츠에 대한 해석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그 후에도 현장에서 많은 대화를 했고, 그 결과 마지막에 옷코츠과 리카의 신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게 녹음됐죠. 오랜 소통 덕분에 "이건 됐어!"라는 장면이 태어나고, 모두 납득한 표정으로 녹음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나눈 세 명의 의견이 하나가 돼 최고의 형태로 캐릭터를 해석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경험은 제게도 많은 공부가 됐습니다.
▷ 리카 역의 하나자와씨 녹음에서 특별히 인상에 남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박성후 : 하나자와씨의 목소리는 매우 아름답고 귀여워서 녹음을 할 때까지 저주에 걸린 이후의 리카의 목소리를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녹음을 시작해보니 하나자와씨의 연기가 너무 대단해서 현장에서는 "이건 효과를 입히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의견까지 나왔습니다. 특히 옷코츠가 "같이 가자"라고 말한 다음에 나오는 포효에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죠. 결국 하나자와씨의 목소리를 녹음한 다음에 효과를 입히긴 했지만, 저도 빨리 그 포효를 영화관의 큰 스피커로 듣고 싶습니다.
박성후 : 여러 군데가 있습니다만, 우선 지금까지 화제가 된 고죠와 미겔의 배틀 장면, 옷코츠와 리카의 콤비감이 있는 배틀 장면입니다. 나머지는 우리가 좋아하는 교토 부립 주술 고등전문학교 사람들도 짧은 장면이기는 하지만, 각각의 기술을 사용해 멋진 액션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곳은 TV 시리즈를 시청하신 팬분들도 굉장히 좋아하시지 않을까 합니다.
또 작화와 함께 음악에도 꼭 주목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번에는 제작기간이 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음악을 그림에 맞게 만들었습니다. 각각의 액션 장면에 어울리는 음악이 플러스되어 눈과 귀의 양쪽에서 박력 있는 장면을 맛볼 수 있으니까, 꼭 영화관에서 그 장면을 만끽해 주셨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극장을 찾을 팬들을 향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박성후 : TV 시리즈 제작을 통해 스태프들이 키워 온 '주술회전'에 대한 사랑이 이번 극장판에서 단번에 폭발하고 있습니다. 어느 장면에서나 확실한 반응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원작부터 쭉 팬이었던 분, TV 시리즈를 즐겨 보셨던 분 그리고 극장판으로 처음 '주술회전'을 보시는 분, 어느 분이라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있었던 힘든 일은 전부 잊고, 약 100분간 마음껏 즐기고 돌아가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