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는 23일 오후 국회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부터 합당을 찬성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혀왔다. 당명을 바꾸는 것 외에는 최대한 국민의당의 요구를 들어주는 방향으로 열려 있다고 누차 얘기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9월 양측의 합당 협상이 실질적으로 결렬되고, 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로도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를 상당 기간 임명하지 않고 비워뒀던 점을 들면서다.
다만 이 대표는 "윤 후보께는 합당을 상의한 바가 없고, 단일화에 대한 내용도 제 권한 밖이기 때문에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해당 제안이 들어왔을 때 이미 물리적으로 단일화 협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필요하다면 합당은 대선 이후에 이뤄질 수 있었기 때문에 당 대표 소관 사항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합당의 '당근책'으로 부산시장직이 거론됐다는 이 의원의 말을 반박했다. 이 대표는 "종로 보궐선거는 애초에 전략공천이었기 때문에 만약 그런 의사가 있다면 검토는 해보겠지만, 부산시장의 경우 경쟁적 경선을 시행할 곳"이라며 "안 대표가 도전해보면 어떻겠냐 제안일 수밖에 없는 것이지, 제가 공천을 준다고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우리 당엔 이미 부산시정을 훌륭하게 하고 계신 박형준 시장이 계시고, 그 분의 경쟁력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한편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역시 다선의원을 중심으로 부산시장에 도전하고픈 분들이 꽤 많을 텐데, (국민의힘) 당 내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도전하는 거는 꼭 안 대표가 아니어도 간헐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이 기획한 열정열차에서 당시 2일차 종착지인 전남 여수에서 관련 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당 측 인사가 합당 후에도 지방선거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조강특위나 공관위 등에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얘기한 것도 그와 같은 취지"라며 "이제 언론과 국민은 누가 누구를 정치적으로 배려하고 우대하려 했는지 아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모 인사'가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단일화를 추진하셨다는 분도 제게 누구를 통해 그 말을 전할 때까지 아마 선의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적 예의상 공개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다만 이 의원의 경우 저와 공식적인 경로로 대화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지목될까봐 우려돼 밝히자면, 이 의원은 그 분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 "이런 내용이 공개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공식적인 채널로 이 의원에게 의사를 전달한 게 2주 가까이 (응답이) 없다가, 갑자기 공개된 건 국민의당 내부의 사정이 있지 않았겠나 추측한다"고도 말했다.
앞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인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최근 안 후보를 지속적으로 비난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이 대표로부터 합당을 제안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이를 묵살한 것에 대한 감정적 반발이냐, '굿캅 배드캅'의 이중 플레이냐"고 이날 공개적으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