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5차 유행이 진행되고 있는 홍콩에서 봉쇄·격리·전수검사로 대표되는 중국식 코로나19 방역이 사실상 도입됐다.
캐리람 홍콩 행정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3월에 수백 곳의 검사소를 설치해 750만 모든 시민들을 상대로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검사에 응하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3차례의 검사가 의무임을 강조했다.
검사 결과 확진자로 판명나면 무증상자 경증환자 구분 없이 모두 시설에 수용된다. 이를 위해 격리시설을 2월에 5천개에서 1만 2천개로 늘리고 3월에는 1만 6천개를 추가로 증설하기로 했다. 3월초부터 4월 18일까지 여름방학을 앞당겨 실시함으로써 학생들을 통한 감염 확산을 막기로 했다. 학교는 검사소로 전환된다. 레스토랑의 식사는 테이블당 2명으로 제한되고 6시 이후 저녁 시사는 금지된다.
홍콩의 방역 강화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질책에 따른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람 장관이 15일 선전으로 소환돼 중앙 정부 관리들과 비공개회의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고, 다음날 친중 매체를 통해 시 주석의 발언이 소개됐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당시 홍콩 정부에 코로나19 방역이 최우선이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하고 안정시켜야 한다고 지시했다.
하지만 중국식 방역이 홍콩에 적합할지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소수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도시를 봉쇄하고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한 가운데 수차례 핵산검사를 실시하는 '중국식'은 통제가 가능한 중국의 도시에서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이미 하루에 5~6천명씩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개방된 도시 홍콩에는 이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봉쇄를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도 문제지만 봉쇄업무를 수행한 인원도 필요한데 당장 아파트나 빌딩을 통제하기 위한 인력도 부족한 상태다. 강제 전수검사를 3월부터 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너무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식 방역은 중국 본토에서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중국 곳곳에서 동시에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23일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발표를 보면 22일 하루에 중국 본토에서 9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발생지역도 베이징, 랴오닝성, 광둥성, 쓰촨성 후베이성, 장쑤성, 윈난성, 헤이룽장성, 산둥성 등으로 다양하다.
해당 지역 방역 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주택 단지 등을 봉쇄하고 밀접접촉자들을 격리하는 한편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핵산 검사를 반복하겠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주민 피로도는 높아갈 수밖에 없다. 제로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문제지만 여태까지 취했던 정책을 완화할 경우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수도 있다. 진짜 진퇴양난은 홍콩이 아닌 중국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