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대선 공개 토론에서 한 후보가 '대장동 화천대유 그분이 조재연 대법관이다'라며 대법관 성명을 거론한 것은 일찍이 유례가 없는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직접 기자회견까지 나선 이유를 밝혔다. 현직 대법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대장동 그분이 대법관? "사실무근" 전면 부인
조 대법관은 이날 오후 대법원 대회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영학 녹취록에 등장하는 그분은 현직 대법관이었다'는 한국일보의 기사 출력본을 들어 보이면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조 대법관이 대장동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은 지난해 10월 한 차례 익명으로 언론에 제기됐지만 파문이 확산되지는 않았었다. 최근 한국일보가 검찰에 제출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그분'이 현직 대법관이라고 보도하면서 다시 불거진 바 있다.
조 대법관은 이같은 녹취록을 근거로 여러 번 언론들의 문의가 있었던 점을 밝혔다. 조 대법관은 작년 10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자세한 설명을 했다고 한다. 당시 기사화는 됐지만 바로 김만배씨 측이 "허언이었다"고 부인하면서 사건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한국일보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 '대장동 그분의 실체가 드러났다', '의혹이 해소됐다'는 주장이 이어지면서 정면대응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직접 현직 대법관 성명을 거론하며 '대장동 그분'이라고 언급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조 대법관은 △이번 일은 지난해 10월때와 달리 계속 증폭이 되고 있어 국민을 오도할 염려가 있다는 점, △사법부가 이로 인해 불신을 받게 된 점, △대통령 후보 공개 토론회에서 대장동 사건 의혹 실체로 현직 대법관이 거명돼 전국의 법관들에 상처를 입힌 점 등을 고려해 기자회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나 다른 대법관과 논의하지 않은 단독 결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김씨 만난 적도 통화한 적도 없어…필요한 자료 언제든지 제출할 것"
김씨가 자신의 딸에게 주거지를 제공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30년 가까이 현재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 계속 거주해왔다"면서 "딸 하나는 2016년 결혼해 분가해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고, 다른 딸 하나는 작년에 결혼해 분가해 죽전에 살고 있다. 막내딸은 저와 함께 살고 있고 저나 저희 가족이나 제 친인척 중에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수사기관이 하루빨리 수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달라고도 했다. 그는 "대장동 사건이 검찰에 접수된 것이 반년 가까이 되는데 그 사이 제가 검찰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 단 한번의 문의 조사 요청도 받은 일이 없다"면서 "검찰이 볼 때 필요하다면 즉시 저를 불러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등록등본 제출 등 필요한 자료 제출은 대법원이든 검찰이든 어느 기관에서든 요청하면 즉시 공개하겠다.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도 덧붙였다.
조 대법관은 계속되는 녹취록 속 '그분 ' 의혹 보도에 대해서도 "기본적으로 타인의 명예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게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에 대해선 현재로선 검토 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런 악의적인 허위 내용이 계속 보도가 되면 마치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나쁜 기사가 올바른 기사를 밀어내게 된다"면서 "결국 국민들로 하여금 잘못된 인식을 갖도록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