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소를 몰래 촬영하라고 지시해 논란을 빚은 '부정선거방지대(이하 부방대·총괄대표 황교안)'가 소속 회원들에게 대통령 선거 투표참관인 신청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단독]"몰래 촬영"…황교안 대표인 단체의 '수상한 지침'[이슈시개])
이들은 '실전교육교재'라는 행동 매뉴얼도 배포했는데, 이 안에는 "현재 국민의힘 측과 협의하고 있다", "부방대 회원들이 우선적으로 참관인이 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다만 국민의힘 측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부정선거방지대' 투표참관인 행동요령
- '(사전)투표참관인이 되려면' (실전교육교재 13p~14p)
■현재 국민의힘 측과 협의를 하고 있어 부정선거방지대 회원들이 우선적으로 참관인이 될 수 있도록 협의 중이나 확정적이지 않고 확정되더라도 절대적으로 참관인이 부족함(정당 추천 참관인 2명이나, 사전투표소의 원활한 참관을 위해서는 정예 부방대 3명 이상의 참관인이 필요)
■각 정당 또는 후보의 ‘선거구 당협위원장’ 사무실로 전화하여 투표참관인(특히 사전투표참관인)을 지원하는 것이 최선책이며 사전투표 선거일투표 모두 참관인으로 지원한다.
■사전투표참관인의 경우 정수가 없으므로 후보자별로 2인씩 최대한 많이 지원하면 사전투표소내에 6명 이상 충분한 수의 부방대원이 참여할 수 있다. 미리 군소정당·후보자 사무실과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표참관인의 경우에도 가급적 한 투표소당 2명 이상의 부방대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군소정당·후보자 사무실과 미리 협의한다. (대통령 후보가 8명이 넘을 가능성이 많으므로 결국 군소 후보 시도위원장 또는 선거사무실로 연락하는 것이 당일 투표참관인으로 최대한 많이 가는 비결)
■부정선거방지대에서는 대통령후보자의 등록이 완료되는 대로 관련 정당과 후보자의 선거사무장 또는 선거 연락소장 연락처를 공유할 예정임.
부방대 홈페이지에는 지난 10일 '부정선거방지대 실전교육교재'라는 60페이지 분량 PDF 파일이 공유됐다. 이 파일 속에는 '불법 투표관리관 도장 무력화 운동', '투표시간 중, 종료 후 대응요령', '개표참관인 행동요령', '투표지감시관 행동요령' 등 선거 당일 부방대 회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적혀 있다.
특히 해당 파일 14페이지 '(사전)투표참관인 행동요령'을 살펴보면 "군소 후보 시도위원장에 연락하는 것이 당일 투표참관인으로 최대한 많이 가는 비결"이라고 쓰여 있다. 회원들을 투표참관인으로 투입시키기 위한 일종의 작전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부방대 측에서 "부방대 회원들이 우선적으로 투표참관인이 될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도 협의 중"이라고 주장하는 부분이다.
부방대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투표 및 개표 참관인 교육영상 자료'에서 진행자는 "현재 국민의힘하고 부정선거방지대 회원들이 우선적으로 참관인이 될 수 있도록 협의를 하고 있다"고 직접 말하기도 한다.
또 '투표참관인이 되려면 가장 먼저 연락해야 하는 곳'이라며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연락처, 국민의당 시도당위원장 연락처, 우리공화당 시도당위원장 연락처라는 이름으로 각당의 공식 홈페이지 링크를 공유해두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측은 부방대의 이같은 주장에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김병민 대변인은 2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자신이) 여러 당협위원장들 중 한 명이라 해당 링크 속 이름에 포함되긴 했겠지만,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선관위 홈페이지에서는 투표참관인 선정 방법에 대해 "정당·후보자가 투표참관인과 개표참관인을 선정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한편 황 전 대표는 23일 보도된 '몰카 지시 의혹'에 대해선 별다른 입장을 밝히진 않고 있다. 다만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부방대는 지금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우리 부방대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부방대는 불법을 행하지 않는다. 우리는 법을 지키면서도 강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며 "거짓에 속지 말고 정의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논란이 된 '몰카 촬영 행동요령'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