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고육지책이지만 이번 재연장으로 해당 조치가 2년 이상 이어지며 부실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여야 합의에 따라 마련된 부대의견 취지와 방역상황 등을 고려해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회는 이날 소상공인 등에게 방역지원금과 손실보상금 12조 8000억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한 뒤 "금융권의 만기 연장·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부대의견을 달았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3일 하루 17만명을 넘어서는 등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과 정부가 2년 가까이 이어져온 금융지원을 단번에 끊어버리기 힘든 상황이 반영됐다. 특히, 오는 3월 9일 대선을 앞두고 소상공인 표심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소상공인에 대한 이같은 금융지원이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점저 커져 간다는데 있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소상공인 대상 금융지원 총액은 만기연장이 115조원, 원금 상환유예가 12.1조원, 이자 상환유예가 5조원에 달한다.
최근 자영업자가 주로 이용하는 개인사업자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부분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예금은행(은행신탁 포함)의 지난 1월말 기준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425.1조원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20년 1월말(340.1조원) 대비 85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코로나19 사태 여파 등으로 서민경제가 갈수록 악화되며 개인사업자 대출이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이 마저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출을 이용하기 힘들어 정부의 금융지원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언제 부실 폭탄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연장의 경우에도 부실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원금 상환유예와 특히 이자 상환유예의 경우 부실 정도를 가늠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자조차 갚지 못해 계속 쌓아두는 대출의 경우 금융지원이 중단될 경우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금융지원을 연장하더라도 이자 상환유예의 경우에는 한번 더 기간을 연장할 것이 아니라 부실 규모가 어느정도인지를 제대로 파악해 털고 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인 대출 연장 보다는 맞춤형 대책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는 "금리상승기에 금융지원을 계속 연장하는 것은 부실 가능성을 더 키울 수 있다"며 금융지원 재연장에 반대입장을 밝힌 뒤 "대출 상환에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통해 부채 탕감 같은 효과가 있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상공인 중에서는 현재 상황이 나쁘지 않은 상황인데도 금융지원을 계속 받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금리상승기에 이를 계속 유지하다보면 이들까지 부실이 생길 수 있다"며 맞춤형 대책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