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의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는 올림픽 뉴스 중계 콘셉트로 진행됐다. 기자(정혁 분)가 올림픽 소식을 알리면 이를 AI(인공지능) 통역사 기가후니(정상훈 분)가 수어로 통역했다.
그런데 통역 과정에서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손짓으로 수어를 희화화, 청각장애까지 비하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논란이 거세게 확산되자 'SNL 코리아' 제작진은 21일 쿠팡플레이 SNS에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그러나 여론은 좀처럼 진화되지 않았다. 두 문단에 걸쳐 작성된 사과문 속에는 제대로 된 주어도, 구체적인 '잘못' 인정도 찾아보기 어려웠던 탓이다.
제작진은 "베이징 올림픽 편파판정 이슈를 풍자하는 과정에서 제작 의도와 다르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 앞으로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 있어 소재와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 즐거운 웃음을 드릴 수 있게 더욱 노력하겠다"고 에둘러 사과했다.
한국농아인협회와 한국수어통역사협회는 지난 22일 잇따라 성명서를 내고 'SNL 코리아'의 사과문을 정면 비판했다. 사과에서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농아인협회는 쿠팡플레이와 'SNL 코리아' 측에 방문 수어 사과를 촉구했다.
농아인협회는 "이번 'SNL 코리아'의 수어 비하 영상은 우리 농인들을 화나게 한다. 쿠팡플레이에 업로드 된 수어 비하 영상은 명백히 '조롱'의 의미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특히 제작진 사과문에 대해 "우리 농인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제대로 된 사과가 없다는 것"이라며 "비록 쿠팡플레이와 'SNL 코리아' 제작진은 수일간에 걸친 거듭된 비난에 사과문을 올리면서 영상을 삭제하겠다고 했지만, 대체 누구에게 사과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수어통역사협회는 수어를 우스꽝스럽게 재현한 'SNL 코리아'의 행태를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규정하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진정 검토를 예고했다.
수어통역사협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 5항에 의거한 '장애관련자'에 대한 차별 행위"라며 "급하게 올린 사과문은 사과 대상인 '한국 수어' 또는 '수어통역사'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줄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수어에 대한 부족한 인식과 낮은 인권 감수성으로 제작된 'SNL 코리아'의 영상은 이미 농인과 수어통역사에게 돌이킬 수 없는 심한 모욕감과 자괴감의 상처를 남겼다. 'SNL 코리아' 측 행보에 따라 장애 차별에 대한 인권위 진정을 심각하게 검토할 수 있다"며 제작진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강력히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