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를 방문한 소비자들은 카트를 끌고 와 한 상자에 6병이 들어있는 참이슬 소주 상자를 경쟁하듯 쓸어 담았다. 대용량 페트병 소주는 한 병도 남아있지 않았다.
딸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김모(52)씨는 "진로 참이슬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저도 6병 샀다"며 "벌써 매장에 소주가 없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정모(63)씨도 "소주 사러 왔는데 매대에 하나도 없다"며 허탈한 듯이 웃었다. 참이슬을 사러 왔다는 그는 텅 빈 진열대를 가리키며 "540ml와 640ml짜리 페트병은 하나도 없다"면서 360ml 병소주 두 병을 집어 들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사놓자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소주는 물론 맥주 물량까지 부족한 상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주 월요일 물량이 들어오는 날인데 발주한 물량의 5분의 1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덩달아 맥주까지 수급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주에 이어 맥주 가격도 가격 인상이 예고되고 있다. 오는 4월부터 주세법 개정안 적용에 따라 맥주의 세금이 ℓ당 20.8원 오른 855.2원으로 인상된다.
소주와 맥주를 비롯해 햄버거와 피자, 치킨과 같은 외식물가도 덩달아 오르면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넉 달 연속 3%대 고물가를 이어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104.69(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3.6% 상승해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했다.
물가가 넉 달 연속으로 3%대 상승률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10년 9월부터 2012년 2월까지 18개월 연속 3%대 이상 상승률을 기록한 이후 약 10년 만에 처음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도 치솟고 있어 올해 물가 상승률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12개 외식 가격을 공표해 시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추경 시행으로 시중에 유동성이 더해지면 물가를 더 자극할 수도 있다.
정부는 23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우크라이나 사태 비상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 사항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