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네거티브'라도 토론회는 더 필요하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21일 대선후보 간의 3차 TV토론이 열렸다. 4명의 후보들은 경제정책을 놓고 자신의 공약을 차별화하고 상대방의 경제정책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경제분야 토론이라고는 하지만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는 지지율을 의식한 듯 후보들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공방은 지난 토론회보다 격화됐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공세가 더 격렬해졌다.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의혹사건과 관련해 김만배씨의 녹취내용이 크게 쓰여진 전시용 패널까지 들고 나와 윤 후보를 공격했다.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것을 의식한 듯 안철수 후보 역시 윤 후보 공격에 가세했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IT분야에 대해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윤 후보의 답변을 듣고는 "고민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비아냥거리는가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심상정 후보는 부동산 정책과 보유세 등을 주제로 이재명, 윤석열 후보를 모두 공격했다. 심상정 후보 역시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려는 듯 상대방의 답변까지 가로막으며 거센 공세를 이어갔다.
 
후보들의 대선토론회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네거티브 토론회로 흘러갔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상대방을 비난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것들 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는 비난을 위한 비난에 불과했다.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시간을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경우도 자주 발생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특히 심상정 후보의 일방적인 태도는 상당히 거슬리는 부분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질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동문서답을 하는가 하면 상대방의 답변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무례함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국채관련 질문에 국채비율을 더 높여도 큰 문제가 없다고만 답변해 질문의 취지를 벗어나는 답변을 계속 이어갔다.
 
윤석열 후보는 취약점을 노출했다. 윤 후보는 삼성전자를 아마존이나 구글처럼 플랫폼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안철수 후보는 물론 다른 전문가들조차 제조업과 플랫폼 사업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주식양도세나 공정위에 대한 질문에는 "가르쳐 달라"며 아예 답변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세 번째 토론회는 여론조사 1위인 윤석열 후보에 대한 공세가 더 강해졌다. 윤 후보는 그동안의 두 차례의 토론에서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3차 토론회에서는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토론회가 상대방의 정책검증보다는 약점을 들춰내는 네거티브로 흐르면서, 중요한 경제현안과 관련된 주제들이 다뤄지지 못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당장 우크라이나 사태로 치솟고 있는 유가와 불안해진 금융시장에 대한 대처방안이나 코로나 이후 흔들리고 있는 국제 공급망 문제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토론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제 TV토론회는 두 차례 남아있다. 네거티브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럼에도 고작 다섯 번의 토론회는 후보자를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여론이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토론회뿐이다.
 
가지고 있는 정책이나 국정현안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능력, 포용성 등 후보자의 여러 가지 자질과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토론회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훨씬 많다. 
 
유력한 후보들의 양자토론도 필요하다. 4명의 후보가 고작 두 시간에 불과한 짧은 시간동안 상대방의 정책을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토론회가 네거티브로 흘러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네거티브가 됐든 정책검증이 됐던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심도 있는 토론회는 유권자들의 권리다. 
 
자기주장만을 쏟아놓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검증조차 되지 않은 막말을 쏟아내는 유세보다는 토론회가 훨씬 유익하다. 후보들에게도 각 분야를 공부하면서 대통령으로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가 더 늘어나는 이점도 있다. 토론회가 더 열리기를 기대하고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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