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대헌 (쇼트트랙 국가대표)
베이징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선수들의 투혼은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죠. 그 중에서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날 이 선수는 우리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눈물과 환호를 함께 전해준 선수입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편파판정에도 굴하지 않고 거머쥔 금메달. 이러면 바로 아시겠죠? 바로 1500m 금메달 리스트 황대헌 선수, 지금부터 직접 만나보죠. 황대헌 선수 안녕하세요.
◆ 황대헌>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황대헌> 네. 감사합니다.
◆ 황대헌> 네. 진짜 생각보다 엄청난 관심과 응원을 주셔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 김현정> 이정도 예상 못 하셨어요?
◆ 황대헌> 정말 예상한 것보다 너무 놀랐어요. 진짜 너무 놀라서. 마스크를 써서 잘 안 보이셨겠지만 계속 웃음만 나오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서.
◇ 김현정> (웃음) 너무 신기해서 웃음이 나와요?
◆ 황대헌> 너무 신기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고국에서 이렇게 엄청나게 응원하고, 함께 화도 내고, 함께 웃기도 하고 이랬던 거 모르셨어요?
◆ 황대헌> 저는 정말 몰랐는데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남동생이랑 얘기를 했는데 아파트가 울릴 정도라고 그렇게 말 하더라고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황대헌> 정말 그 정도냐고. 진짜 신기했어요. 2002년 월드컵 이후로 그런 게 처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 김현정> 그거 전해 듣고서야 비로소 '와 그랬구나' 이랬을 정도로.
◆ 황대헌> 그래서 정말 올림픽이라는 대회를, 다 함께 속상해하고 화도 나고 또 같이 기뻐했구나라는 생각이 진짜, 가슴에 딱 와 닿았던 거 같아요.
◇ 김현정> 그러셨군요. 지금 출근길에 듣고 계신 국민들께, 목이 터져라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 인사부터 한 말씀하시겠어요? 황 선수?
◆ 황대헌> 안녕하세요.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입니다. (…)
◇ 김현정> 아… 끝?
◆ 황대헌> 뭐..
◇ 김현정> (웃음) 괜찮아요. 이정도로 괜찮아요. 여러분, 제가 '인사 하시겠어요' 했더니 정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만 하는 (웃음)
◆ 황대헌> (웃음) 어떻게 해야할지
◇ 김현정> (웃음) 괜찮아요. 우리 황대헌 선수, 순수합니다. 순수하고 오로지 운동만 해온 금메달리스트. 정말 대견합니다. 대단하고요. 우리가 끝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이 올림픽의 시작은 국민들이 많이 화나고 불편했어요. 왜냐하면 1000m 준결승. 누가 봐도 1위로 들어봤는데 갑자기 실격선언. 이때 기분이 어땠어요?
◇ 김현정> 속상하고 억울하고, 딱 실격이라는 선언을 들은 순간은 '이거 왜 이러지? 뭐가 잘못됐지?' 이런 믿을 수 없는 이런 느낌도 들고요?
◆ 황대헌> 그것도 있고 정말 이거는 뭐가 잘못됐는지를 몰라서, 그래도 이런 판정이 나왔으니까 판정은 심판의 몫이니까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사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제가 준비했던 것들을 다 못 보여드리고 이 시합을 마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넘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털고 일어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저는 진짜 황대헌 선수가 너무 대단하다, 의젓하다라고 느낀 게 뭐냐 하면. SNS에다가 이렇게 글을 썼었어요. 그때.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건 아니다. 벽을 만들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고 그 벽을 이겨내라"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올렸잖아요?
◆ 황대헌> 네.
◇ 김현정> 속으로 다짐하던 말입니까?
◆ 황대헌> 네. 계속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던 생각인데. 벽이 꽤 두껍더라고요. 그래서 (웃음)
◇ 김현정> (웃음) 벽이 있을 줄은 알았는데 그렇게 두꺼운 줄 몰랐어요?
◆ 황대헌> 네. (웃음) 약간 이상하게 두껍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를 어떻게 깨고 넘어갈까? 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 김현정> 생각보다 두꺼운 이 벽을 어떻게 깰까, 어떻게 깨고 넘어갈까 하다가 그러면 생각한 것이 0.1의 어떤 가능성도 주지 말고 깨끗하게 이기자, 이런 거였던 건가요?
◆ 황대헌> 네. 그래서 복잡하다고 하면 복잡했고 단순했다면 정말 단순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여봐란 듯이 1500m에서는 정말 누구도 어떻게 얘기할 수 없을 만한 깔끔한 1위를 했죠.
◆ 황대헌> 네.
◇ 김현정> 힘들지는 않았습니까?
◆ 황대헌> 너무 힘들었어요.
◇ 김현정> 너무 힘들었어요? 죄송한 얘기지만, 보는 저는 황대헌 선수는 하나도 안 힘든가 보다. 어쩌면 저렇게 뛰고 나서도 에너지도 넘쳐 보이지? 솔직히 그랬거든요.
◆ 황대헌> 그런데 딱 들어왔는데 국민 분들이 화나고 분통하고 억울하고 막 이랬잖아요. 저도 그런 서러움이 다 밀려오는 거예요. 그리고 또 너무 기쁘기도 하고.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 모두가 응원하는 에너지도 받고, 또 너무 기쁘고 해서 그 힘듦을 잊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합이 끝나고 락커로 들어왔을 때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진짜.
◇ 김현정> 그 1500m 뛰고, 그것도 아주 가뿐하고 깔끔하게 압도적으로 1위 한 다음에 트랙에 있을 때는 에너지가 넘치는 듯 보였는데 (웃음) 들어가고 나서는 '아이고 힘들어' 이렇게 됐던 거예요?
◆ 황대헌> 네. 너무 힘들었어요. 어떠한 시합보다 훨씬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안 좋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의연하게 SNS에 글쓰고 다짐하고 그렇게 달렸지만 속으로는 그 스트레스, 압박감이 어마어마했다는 얘기네요.
◆ 황대헌> 네. 그렇죠. 아무래도.
◇ 김현정> 왜 안 그랬겠습니까. 우승하고 나서 어려움 겪고 난 다음에 1등하고 나서 주변 선후배, 동료들 뭐라고 축하인사 건넸습니까?
◆ 황대헌> 진짜 너무 멋있다고, 진짜 잘했다고, 너무 고생했는데 이렇게 결과가 잘 나와서 너무 축하한다고 이렇게 축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동료들 말고도 온라인 통해서, SNS를 통해서 응원 많이 받았죠?
◆ 황대헌> 네. 많이 받았는데 한국어 반, 중국어 반이라서 (웃음)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국어반, 중국어반?
◆ 황대헌> 중국 분들이 좀 많이 댓글을 써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축하한다고?
◆ 황대헌> 모르겠어요. (웃음) 그렇긴 한데, 그래도 한국말이 더 잘 보이니까. 많이 응원 댓글 많이 봐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중국말은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으실 것 같고 (웃음) 왜냐하면 악플들도 꽤 달렸다. 이런 기사들을 제가 본 것 같아요.
◆ 황대헌> 어차피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도 응원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웃음)
◇ 김현정>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게 많았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황대헌 선수?
◆ 황대헌> 고등학교 때부터 시니어 무대 데뷔를 해서 그런.
◇ 김현정> 악플?
◆ 황대헌> 악플이라기보다는 알아들어야 읽을 수가 있는 거니까 (웃음) 잘 모르겠어요.
◇ 김현정> 한자 공부를 하지 않으시는 편이 낫겠네요. (웃음)
◆ 황대헌> (웃음) 네.
◇ 김현정> 악플은 못 알아듣는 것으로. 대신 한국말 응원, 그 넘쳐나는 응원들은 다 일일이 읽고 힘 받으시고.
◆ 황대헌> 네. 너무 따뜻한 한 자 한 자였어요.
◇ 김현정> 블랙핑크 제니 팬이시라면서요?
◆ 황대헌> 네.
◇ 김현정> 제니 씨 응원도 제가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뭐라고 응원이 왔습니까?
◆ 황대헌> 너무 축하드린다고 앞으로 남은 경기 힘내시라고 해서 정말 많이 힘이 나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진짜 좀 많이 힘이 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신기한 경험을 이번에 많이 하네요. 황대헌 선수.
◆ 황대헌> 네. 여러 가지 많이 경험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짧은 기간인데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또 하나는 경기 끝나고 나서 윤홍근 선수단장, 이분이 BBQ회장이신데 이분이 치킨 쿠폰을 쏜다 이게 또 화제가 굉장히 됐었어요.
◆ 황대헌> 네. 앞서 안 좋은 일들이 있어서 저희를 불러서 '어떻게 해야 힘이 나겠느냐'라고 말씀 하셨는데.
◇ 김현정> 선수단장께서 먼저?
◆ 황대헌> 네. 그래서 제가, '저희가 치킨을 되게 좋아하는데 평생 치킨을 먹을 수 있으면 힘이 날 것 같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 김현정> 진짜로 그렇게 얘기한 거예요. 앞에서? 평생 먹고 싶다?
◆ 황대헌> 네. 제가 치킨 진짜 너무 좋아하거든요.
◇ 김현정> (웃음) 그랬더니 답변이요?
◆ 황대헌> 그러면 금메달을 따면 그렇게 해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날 바로 금메달을 따고, 가서 말씀 드린 것 같아요. 제가. '약속 잊지 않으셨죠, 꼭 약속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 김현정> (웃음) 그랬더니 선수단장님이 뭐라고 그러세요?
◆ 황대헌> 알겠다고,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그렇게 말씀 하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럴 때 보면 아까 그 의젓한 선수의 모습보다 재기발랄한 21살의 모습이 나타나네요.
◆ 황대헌> 네.
◇ 김현정> 앞으로도 앞길이 창창한 선수 아니겠습니까? 황대헌에게 스케이트란?
◆ 황대헌> 저에게 있어서는 제가 모든 걸 쏟아 부은 인생과도 같은 그런 종목인 것 같아요.
◇ 김현정> 내 인생이다. 내 인생 그 자체다?
◆ 황대헌> 얼마만큼 성실하게 노력했는지 결과적으로 보이는 그런 종목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미 금메달, 은메달 다 땄습니다만, 그래도 황대헌에게 또 다른 꿈이 있다면?
◆ 황대헌> 쇼트트랙 하면 황대헌이라는 이름이 그래도 남았으면 좋겠고 또 이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지만 더 사랑받고 있는 종목이 됐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이제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뭡니까?
◆ 황대헌> 사실 너무 피곤해서 (웃음) 그것보다는 이제 치킨 연금이 나오면 정말 진짜인지 한번 또 확인해 보고 싶고, 지금은 이제 막 와서 쉬면서 몸 관리도 하고, 아픈데 치료도 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황대헌 선수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고맙습니다.
◆ 황대헌>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정말 반가운 목소리였습니다. 쇼트트랙 편파판정 실격을 딛고 끝내 금메달을 거머쥐고 왔습니다. 황대헌 선수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