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황대헌 "지금 하고 싶은 일? 치킨연금부터 확인을…"

예상보다 큰 관심과 응원, 깜짝 놀라
실격 후 '제일 깔끔하게 이기자' 결심
중국어 악플? 응원이라 생각하고 넘겨
쇼트트랙 하면 '황대헌' 이름 남았으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황대헌 (쇼트트랙 국가대표)
   
베이징 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선수들의 투혼은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죠. 그 중에서도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만날 이 선수는 우리가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눈물과 환호를 함께 전해준 선수입니다. 힌트를 드리자면 편파판정에도 굴하지 않고 거머쥔 금메달. 이러면 바로 아시겠죠? 바로 1500m 금메달 리스트 황대헌 선수, 지금부터 직접 만나보죠. 황대헌 선수 안녕하세요.
   
◆ 황대헌>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축하드립니다.
   
◆ 황대헌> 네. 감사합니다.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곽윤기, 황대헌, 이준서, 박장혁, 김동욱이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플라워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베이징(중국)=박종민 기자
◇ 김현정> 공항에 딱 내렸을 때 카메라 플래시 터지고 대단했죠.
   
◆ 황대헌> 네. 진짜 생각보다 엄청난 관심과 응원을 주셔서 너무 깜짝 놀랐어요.
   
◇ 김현정> 이정도 예상 못 하셨어요?
   
◆ 황대헌> 정말 예상한 것보다 너무 놀랐어요. 진짜 너무 놀라서. 마스크를 써서 잘 안 보이셨겠지만 계속 웃음만 나오더라고요. 너무 신기해서.
   
◇ 김현정> (웃음) 너무 신기해서 웃음이 나와요?
   
◆ 황대헌> 너무 신기하고 상상했던 것보다 엄청나다는 생각을 했어요.
   
◇ 김현정> 그러면 고국에서 이렇게 엄청나게 응원하고, 함께 화도 내고, 함께 웃기도 하고 이랬던 거 모르셨어요?
   
◆ 황대헌> 저는 정말 몰랐는데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남동생이랑 얘기를 했는데 아파트가 울릴 정도라고 그렇게 말 하더라고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 황대헌> 정말 그 정도냐고. 진짜 신기했어요. 2002년 월드컵 이후로 그런 게 처음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나요.
   
◇ 김현정> 그거 전해 듣고서야 비로소 '와 그랬구나' 이랬을 정도로.
   
◆ 황대헌> 그래서 정말 올림픽이라는 대회를, 다 함께 속상해하고 화도 나고 또 같이 기뻐했구나라는 생각이 진짜, 가슴에 딱 와 닿았던 거 같아요.
   
◇ 김현정> 그러셨군요. 지금 출근길에 듣고 계신 국민들께, 목이 터져라 응원해 주신 국민들께 인사부터 한 말씀하시겠어요? 황 선수?
   
◆ 황대헌> 안녕하세요. 쇼트트랙 국가대표 황대헌입니다. (…)
   
◇ 김현정> 아… 끝?
   
◆ 황대헌> 뭐..
   
◇ 김현정> (웃음) 괜찮아요. 이정도로 괜찮아요. 여러분, 제가 '인사 하시겠어요' 했더니 정말로 안녕하세요. 인사만 하는 (웃음)
   
◆ 황대헌> (웃음) 어떻게 해야할지
   
◇ 김현정> (웃음) 괜찮아요. 우리 황대헌 선수, 순수합니다. 순수하고 오로지 운동만 해온 금메달리스트. 정말 대견합니다. 대단하고요. 우리가 끝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이 올림픽의 시작은 국민들이 많이 화나고 불편했어요. 왜냐하면 1000m 준결승. 누가 봐도 1위로 들어봤는데 갑자기 실격선언. 이때 기분이 어땠어요?

13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인도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준결승에서 황대헌이 경기 중 캐나다 스티븐 뒤부아와 충돌한 뒤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 황대헌> 좀 속상하고 많이 억울했는데 이런 판정도 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도 있었고. 이거는 깔끔한 경기 중에 제일 깔끔한 경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속상하고 억울했지만
   
◇ 김현정> 속상하고 억울하고, 딱 실격이라는 선언을 들은 순간은 '이거 왜 이러지? 뭐가 잘못됐지?' 이런 믿을 수 없는 이런 느낌도 들고요?
   
◆ 황대헌> 그것도 있고 정말 이거는 뭐가 잘못됐는지를 몰라서, 그래도 이런 판정이 나왔으니까 판정은 심판의 몫이니까 이럴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사실 여기서 주저앉으면 제가 준비했던 것들을 다 못 보여드리고 이 시합을 마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이렇게 넘어질 수는 없다고 생각을 하고 다시 털고 일어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저는 진짜 황대헌 선수가 너무 대단하다, 의젓하다라고 느낀 게 뭐냐 하면. SNS에다가 이렇게 글을 썼었어요. 그때. "장애물이 반드시 너를 멈추게 하는 건 아니다. 벽을 만들면 돌아가거나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그 벽을 오를지 해결책을 찾고 그 벽을 이겨내라" 마이클 조던의 명언을 올렸잖아요?
   
◆ 황대헌> 네.

 
◇ 김현정> 속으로 다짐하던 말입니까?
   
◆ 황대헌> 네. 계속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던 생각인데. 벽이 꽤 두껍더라고요. 그래서 (웃음)
   
◇ 김현정> (웃음) 벽이 있을 줄은 알았는데 그렇게 두꺼운 줄 몰랐어요?
   
◆ 황대헌> 네. (웃음) 약간 이상하게 두껍더라고요. 그래서 이거를 어떻게 깨고 넘어갈까? 라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 김현정> 생각보다 두꺼운 이 벽을 어떻게 깰까, 어떻게 깨고 넘어갈까 하다가 그러면 생각한 것이 0.1의 어떤 가능성도 주지 말고 깨끗하게 이기자, 이런 거였던 건가요?
   
◆ 황대헌> 네. 그래서 복잡하다고 하면 복잡했고 단순했다면 정말 단순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여봐란 듯이 1500m에서는 정말 누구도 어떻게 얘기할 수 없을 만한 깔끔한 1위를 했죠.
   
◆ 황대헌> 네.
   
◇ 김현정> 힘들지는 않았습니까?
   
◆ 황대헌> 너무 힘들었어요. 
   
◇ 김현정> 너무 힘들었어요? 죄송한 얘기지만, 보는 저는 황대헌 선수는 하나도 안 힘든가 보다. 어쩌면 저렇게 뛰고 나서도 에너지도 넘쳐 보이지? 솔직히 그랬거든요.
   
◆ 황대헌> 그런데 딱 들어왔는데 국민 분들이 화나고 분통하고 억울하고 막 이랬잖아요. 저도 그런 서러움이 다 밀려오는 거예요. 그리고 또 너무 기쁘기도 하고. 그래서 그 순간만큼은 정말 모두가 응원하는 에너지도 받고, 또 너무 기쁘고 해서 그 힘듦을 잊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합이 끝나고 락커로 들어왔을 때는 너무 힘들더라고요. 진짜.
   
◇ 김현정> 그 1500m 뛰고, 그것도 아주 가뿐하고 깔끔하게 압도적으로 1위 한 다음에 트랙에 있을 때는 에너지가 넘치는 듯 보였는데 (웃음) 들어가고 나서는 '아이고 힘들어' 이렇게 됐던 거예요?
   
◆ 황대헌> 네. 너무 힘들었어요. 어떠한 시합보다 훨씬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안 좋은 일들이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의연하게 SNS에 글쓰고 다짐하고 그렇게 달렸지만 속으로는 그 스트레스, 압박감이 어마어마했다는 얘기네요.
   
◆ 황대헌> 네. 그렇죠. 아무래도.
   
◇ 김현정> 왜 안 그랬겠습니까. 우승하고 나서 어려움 겪고 난 다음에 1등하고 나서 주변 선후배, 동료들 뭐라고 축하인사 건넸습니까?
   
◆ 황대헌> 진짜 너무 멋있다고, 진짜 잘했다고, 너무 고생했는데 이렇게 결과가 잘 나와서 너무 축하한다고 이렇게 축하를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동료들 말고도 온라인 통해서, SNS를 통해서 응원 많이 받았죠?
   
◆ 황대헌> 네. 많이 받았는데 한국어 반, 중국어 반이라서 (웃음)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국어반, 중국어반?
   
◆ 황대헌> 중국 분들이 좀 많이 댓글을 써주시더라고요.
   
◇ 김현정> 축하한다고?
   
◆ 황대헌> 모르겠어요. (웃음) 그렇긴 한데, 그래도 한국말이 더 잘 보이니까. 많이 응원 댓글 많이 봐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중국말은 굳이 해석할 필요가 없으실 것 같고 (웃음) 왜냐하면 악플들도 꽤 달렸다. 이런 기사들을 제가 본 것 같아요.
   
◆ 황대헌> 어차피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도 응원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웃음)
   
◇ 김현정> 고등학교 때부터 그런 게 많았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황대헌 선수?
   
◆ 황대헌> 고등학교 때부터 시니어 무대 데뷔를 해서 그런.
   
◇ 김현정> 악플?
   
◆ 황대헌> 악플이라기보다는 알아들어야 읽을 수가 있는 거니까 (웃음) 잘 모르겠어요.
   
◇ 김현정> 한자 공부를 하지 않으시는 편이 낫겠네요. (웃음)
   
◆ 황대헌> (웃음) 네.
   
◇ 김현정> 악플은 못 알아듣는 것으로. 대신 한국말 응원, 그 넘쳐나는 응원들은 다 일일이 읽고 힘 받으시고.
   
◆ 황대헌> 네. 너무 따뜻한 한 자 한 자였어요.

 
◇ 김현정> 블랙핑크 제니 팬이시라면서요?
   
◆ 황대헌> 네.
   
◇ 김현정> 제니 씨 응원도 제가 받으셨다고 들었는데 뭐라고 응원이 왔습니까?
   
◆ 황대헌> 너무 축하드린다고 앞으로 남은 경기 힘내시라고 해서 정말 많이 힘이 나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진짜 좀 많이 힘이 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신기한 경험을 이번에 많이 하네요. 황대헌 선수.
   
◆ 황대헌> 네. 여러 가지 많이 경험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렇죠. 짧은 기간인데 참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어요. 또 하나는 경기 끝나고 나서 윤홍근 선수단장, 이분이 BBQ회장이신데 이분이 치킨 쿠폰을 쏜다 이게 또 화제가 굉장히 됐었어요.
   
◆ 황대헌> 네. 앞서 안 좋은 일들이 있어서 저희를 불러서 '어떻게 해야 힘이 나겠느냐'라고 말씀 하셨는데.
   
◇ 김현정> 선수단장께서 먼저?
   
◆ 황대헌> 네. 그래서 제가, '저희가 치킨을 되게 좋아하는데 평생 치킨을 먹을 수 있으면 힘이 날 것 같다' 그렇게 말씀을 드렸어요.
   
◇ 김현정> 진짜로 그렇게 얘기한 거예요. 앞에서? 평생 먹고 싶다?
   
◆ 황대헌> 네. 제가 치킨 진짜 너무 좋아하거든요.
   
◇ 김현정> (웃음) 그랬더니 답변이요?
   
◆ 황대헌> 그러면 금메달을 따면 그렇게 해 주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다음 날 바로 금메달을 따고, 가서 말씀 드린 것 같아요. 제가. '약속 잊지 않으셨죠, 꼭 약속 지켜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 김현정> (웃음) 그랬더니 선수단장님이 뭐라고 그러세요?
   
◆ 황대헌> 알겠다고,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그렇게 말씀 하셨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럴 때 보면 아까 그 의젓한 선수의 모습보다 재기발랄한 21살의 모습이 나타나네요. 
   
◆ 황대헌> 네.
   
◇ 김현정> 앞으로도 앞길이 창창한 선수 아니겠습니까? 황대헌에게 스케이트란?
   
◆ 황대헌> 저에게 있어서는 제가 모든 걸 쏟아 부은 인생과도 같은 그런 종목인 것 같아요.
   
◇ 김현정> 내 인생이다. 내 인생 그 자체다?
   
◆ 황대헌> 얼마만큼 성실하게 노력했는지 결과적으로 보이는 그런 종목인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미 금메달, 은메달 다 땄습니다만, 그래도 황대헌에게 또 다른 꿈이 있다면?
   
◆ 황대헌> 쇼트트랙 하면 황대헌이라는 이름이 그래도 남았으면 좋겠고 또 이 쇼트트랙이라는 종목이 지금도 사랑받고 있지만 더 사랑받고 있는 종목이 됐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이제 제일 하고 싶은 일은 뭡니까?
   
◆ 황대헌> 사실 너무 피곤해서 (웃음) 그것보다는 이제 치킨 연금이 나오면 정말 진짜인지 한번 또 확인해 보고 싶고, 지금은 이제 막 와서 쉬면서 몸 관리도 하고, 아픈데 치료도 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래요. 황대헌 선수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고요. 고맙습니다.
   
◆ 황대헌>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정말 반가운 목소리였습니다. 쇼트트랙 편파판정 실격을 딛고 끝내 금메달을 거머쥐고 왔습니다. 황대헌 선수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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