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물론 국민의당 안철수, 정의당 심상정 후보까지 모두 나름의 이유로 '칼'을 갈고 나왔기 때문이다.
열세 극복 위해 '화천대유' 손피켓까지 들고 나온 이재명
이재명 후보는 철저히 윤석열 후보를 겨냥했다.
경제분야 토론이었지만 정치분야 토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윤 후보와 관련한 논란을 모두 끄집어내며 압박에 나섰다.
이 후보는 첫 토론 내용이었던 코로나19 손실보상 추가경정예산안부터 시작해, 손실보상 책임, 윤 후보와 가족의 방역수칙 위반 논란, 이단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적폐 수사 발언, 구조적 성차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재배치, 선제 타격 언급, 화천대유 녹취 손팻말 등 전방위 타격을 시도했다.
따지고 들거나 다소 신경질적으로 읽힐 수 있는 모습들도 눈에 띄었다.
윤 후보가 심 후보를 향해 이 후보가 정부의 방역 실패를 인정한 것은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냐고 질문하자 "저한테 다 물어놓고, 답(할 기회)은 안 주고, 저기(심 후보)에다 물어보느냐"고 비난에 나서기도 했다.
두 후보 간 신경전이 가장 팽팽했던 지점은 대장동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음성이 담긴 녹취록이었다. 윤 후보가 "(녹취록) 끝부분으로 가면 '이재명 게이트'라는 말을 김씨가 한다는 데 그 부분까지 다 좀 포함해서 말씀하시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공세를 펴자, 이 후보는 "'이재명 게이트'가 있다고 했나? 녹취록을 내시라. 지금 허위 사실이라면 후보에서 사퇴하겠느냐"고 강하게 따졌다.
토론 마무리 발언에서 "경제, 아무렇게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윤 후보가 경제적 소양이나 행정 경험이 부족한 것을 직격한 표현으로 읽힌다.
이런 이 후보의 적극적인 공세에 대해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박빙 열세를 어떻게든 극복해보자는 전략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대선까지 보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정 TV토론에서 윤 후보를 곤란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열세 극복을 위한 추가 동력 마련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기한 것이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단일화 변수도 어느 정도 제거됐음에도 박빙 열세 정도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든 지지율을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의미"라며 "유권자들께 윤 후보가 자격이 부족한 후보라는 것을 느끼실 수 있도록 적극성을 띄고 토론에 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일화 무산' 안철수…책임 묻듯 윤석열 압박
지난 20일 윤 후보의 답변 거부로 단일화가 결렬됐다고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경제 정책 전문성을 중심으로 윤 후보와의 차별화에 나섰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재정과 관련해 윤 후보를 향해 "얼마 전에 추경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는데 확장재정을 하게 되면 금리인상 효과가 상쇄돼 더 금리를 올려야 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돈을 갚지 못하는 그런 상황으로 몰리게 되는데 왜 이런 상황이 우리나라에만 생겼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디지털 데이터 경제 공약에 대해서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이어갔다.
"핵심이 무엇이냐"는 자신의 질문에 윤 후보가 "5G라거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 이것들이 전부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중요하다"고 답하자 "말씀하신 부분은 하드웨어 쪽이지 데이터 인프라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도 윤 후보가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고 답하자 "국가 데이터 공개는 데이터산업, 인공지능의 근본인데, 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전혀 공개하지 않으니 우리나라가 갈수록 뒤쳐지고 있다"며 거듭 부실한 답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는 답변 뿐 아니라 평소 안 후보가 잘 하지 않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제스처까지 취했다.
마치 교수가 학생을 다루듯 재정이나 기술과 관련한 전문적인 질문을 이어간 데는 최근 일어난 단일화 무산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로서는 대선을 3주 앞두고 최종적으로 단일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지지율 차이 등을 고려한 나머지 국민의힘이 안 후보의 '여론조사식' 단일화에 대해 이렇다 할 반응을 내놓지 않자, 적잖게 감정이 상했다는 것이 국민의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안 후보는 윤 후보와 달리 아직 연대 가능성이 남아있는 이 후보에 대해서는 마치 덕담을 나누는 듯한 대화 분위기를 연출했다.
아울러 안 후보가 의사 출신이자 성공한 IT기업가 출신인 만큼 과학기술 분야에서 윤 후보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도 경제분야 토론에 당연히 포함돼야 할 전략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존재감 부각 절실한 심상정…독해진 모습으로 양강 압박
심상정 후보는 선두권 주자인 이 후보와 윤 후보를 동시에 공격하는 전략을 펼쳤다.
보수정당 후보로 '친재벌'이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기 어려운 윤 후보에게는 주식양도세 폐지를 왜 주장하는지 물었다.
심 후보는 주식양도세 도입이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변칙 상속에서 비롯됐다.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잘 아실 윤 후보께서 이 때에 폐지하자고 하는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며 윤 후보의 발언이 '이재용 감싸기'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윤 후보가 폐지를 주장한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서도 공세가 이어졌다.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 "종합부동산세를 얼마나 내시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수 백 만원"이라고 답했다. 이에 심 후보는 "92만원 내신다"고 정확히 알려주며 공세를 펼쳤다.
심 후보는 "그게 폭탄인가? 폭탄 맞아서 집이 무너졌느냐"며 "마치 국가가 약탈하는 것처럼 세금 내는 것을 악으로 규정하고, 국가가 강도 짓하는 것으로 규정하는 것이 대통령 후보로 옳은 일이냐"고 거세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이 후보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에서 안 후보가 유행시켰던 'MB(이명박) 아바타'를 꺼내들었다.
이 후보가 내세운 '1555'(수출 1조 달러, 국민소득 5만달러, 경제 5대강국, 코스피 5000시대)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경제 성장이 이뤄져야 함에도 이같은 "외향적 성장목표"를 제시한 것은 MB의 '747'(연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세계 7대 강국) 보다 더 허황되다며 "이렇게 성장만 외치는 것은 'MB 아바타'"라고 저격했다.
심 후보의 1, 2위 동시 때리기는 4인의 후보 중은 물론, 2017년 대선 때보다도 낮은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인지도 상승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 때 국가혁명당 허경영 후보에게 마저 뒤지면서 받은 충격으로 인해 선거운동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던 심 후보에게는 단순한 완주에 그치는 것이 아닌 유의미한 성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방위 압박에 진땀 뺀 윤석열…적극 맞대응했지만 허점도
윤 후보는 자신을 둘러싼 세 후보의 집중 공격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공격은 적극적으로 펼쳤다. 추경에 대해서는 "이 후보도 집권 정부의 방역 정책 실패를 인정한다"며 민주당 책임론을 펼쳤고, 이 후보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법인카드 공금횡령 의혹'도 언급하며 "공무원들 마음이 다 떠나가고 있는데, 다시 조사하고 엄정하게 책임지는 것이 민주주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일할 의욕을 북돋아주는 것이 경제발전의 기본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질문에는 아예 답을 하지 못한 채 "알려 달라"고 물어보는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가 "윤 후보는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고 하며 개인의 문제라고 말했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이 질문에는 말씀을 많이 했기 때문에 답을 드릴 이유가 없다"고 사실상 회피했고, 심 후보의 주식양도세 폐지의 기원을 묻는 질문에는 "글쎄, 좀 알려 달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 사이에서는 불협화음까지 나타났다.
윤 후보는 안 후보가 주장한 '코로나19 특별회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나가는 돈 같으면 특별회계가 가능한데 코로나같이 간헐적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 특별회계를 쭉 쓰는 것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반면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는 '코로나19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특별회계 제도는 윤석열 후보가 지난 해 12월 이미 제시한 것'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윤 후보의 발언과 배치되는 입장을 냄으로써 국민의힘이 윤 후보를 저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국민의당은 토론 후 홍경희 대변인 논평을 통해 "윤 후보는 무식을 자랑하듯 가르침을 구걸했다"며 "경제 지식 자체가 없는 검사 출신 칼잡이 윤 후보로는 대한민국 미래에 짙은 그림자만을 드리울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윤 후보는 토론회 후 다른 후보들과 달리 취재진과의 접촉 없이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