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무지함'을, 심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정책을 집중적으로 비판하면서 치열한 진영 내 공방전을 펼쳤다.
安 "尹, 너무 실망스럽다"…집중난타 + '절레절레'
21일 TV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집요하게 몰아쳤다. 이날 토론회가 경제 분야 토론회였던 만큼, 안 후보는 '디지털 데이터 경제'에 대해 윤 후보에게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5G같이 데이터가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것을 클라우드에 모아서 집적·분석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이 중요하다"라고 말했고, 안 후보는 "그건 전부 하드웨어고, 데이터나 인프라 쪽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가 답변을 이어가자, 안 후보는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절레절레' 지었다. 안 후보는 토론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플랫폼 사업과 데이터 산업에 대해 이해를, 구분을 잘하지 못하는 윤 후보의 그 발언이 가장 실망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윤 후보에 대한 안 후보의 공세는 '야권 단일화 결렬 선언' 직후 나온 것이라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토론에 앞서 국민의당은 안 후보에게 평소보다 더욱 공격적인 토론 자세를 요구했다고 한다. 토론 주제가 경제 정책 분야인 만큼, 안 후보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다만 당은 안 후보가 실제 토론회에서 예상보다 훨씬 높은 수위로 윤 후보를 몰아쳤다고 평가했다. 국민의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안 후보가 평소에도 간담회 등에서 경제 분야 얘기를 가장 많이 하긴 한다"며 "그런데 윤 후보가 몰라도 너무 모르니깐, 또 계속 답을 피하니깐 (절레절레 같은) 후보의 행동까지 나온 것 같다"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야권 단일화 결렬에 대한 감정도 섞인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는 앞서 지난 13일 "누가 더 미래를 이끌 적임자인지는 오롯이 국민의 판단에 맡기자"며 국민 여론조사를 통한 야권 단일화를 윤 후보에게 제안했는데, 20일 "(윤 후보가) 일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제 저의 갈 길을 간다"라고 결렬을 선언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를 정책적으로 몰아친 것도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당 내부적으로는 21일 오전부터 안 후보의 큰 심경 변화가 감지됐다고 한다. 지도부 관계자는 "안중근 의사기념관 방문은 안 후보가 평소와 달리 직접 정했다"며 "보통 전략단이 일정을 짰지만, 그날은 후보가 기존 일정 대신 (안중근 기념관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결심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沈 날선 비판에 與 "우리 때려야 표 된다고 봐"
심상정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정책 저격수'를 자처하며 이재명 후보를 거세게 몰아붙였다.
심 후보는 이 후보의 '부동산 양도세·종부세 완화' 정책에 대해 "어떤 대통령이 '양도세·종부세를 깎겠다고 공약하면 1% 대통령, 많아야 4% 대통령'이라고 했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해 이 후보를 몰아세웠다.
또 이 후보의 토지이익배당(국토보유세) 공약을 두고도 "정직했으면 좋겠다. 감세는 열심히 선전하는데, 세금 내라는 것도 당당히 말하라"며 "눈가림으로 국민을 속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의 '이재명 때리기'에 대해 민주당은 정의당이 실리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당 선거대책위원회 강훈식 전략기획본부장은 "심 후보는 우리를 때려야 표가 된다고 보고, 윤 후보 때리는 건 대안이 안 된다고 보는 거 같다"며 "이 후보가 진보적인 줄 알았는데 자꾸 저쪽(보수)으로 간다고 하는 건 우리 안의 진보층을 떼어내려고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심 후보는 지난 광주, 경북 포항 유세에서도 '거대 양당의 기득권 체제' 등을 지적하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특히 광주에서는 "부산에서 이 후보가 실용을 이야기하면서 '박정희면 어떻고, 김대중이면 어떠냐'고 했다고 한다"면서 "부산에 가면 박정희 찾고, 광주·호남에 오면 김대중 찾는 정치가 실용이냐"라며 이를 '보수경쟁'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