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상장사 일탈행위, 회계 투명성 신뢰와 직결…감사품질 제고해야"

고승범 금융위원장. 황진환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21일 "최근 일부 상장사들의 일탈행위는 오랜 기간 쌓아온 회계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회계업계에 감사품질 제고를 당부했다.
 
고 위원장은 이날 오후 회계업계 대표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열어 "올해 정부는 회계산업의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도록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천억 원대 역대급 횡령 사건이 발생해 부실한 회계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는 등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 위원장은 "일부 회계법인들의 감사품질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상존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상장기업들의 일탈행위에 대해 회계감사가 철저했다면 이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계감사가 회사의 모든 부정행위를 적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면서도 "감사 보고서가 시장에 공시되면 모두가 사용하는 '공공재'가 되는 만큼 회계법인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수준은 대단히 높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계개혁의 최종적인 종착점은 높은 감사품질과 회계투명성에 대한 시장 신뢰 확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의 제도 개선과 처벌 강화만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제도와 처벌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다름 아닌 회계인들의 전문가적 소명의식일 것이다. 전문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감사품질을 높여 우리 국민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고 위원장은 올해 정부의 회계산업 정책과제도 제시하면서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높은 회계법인이 더 많은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감사인 지정제도를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우수 회계법인을 감사인군(群) 분류와 점수 산정에서 우대하는 등의 유인 요인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중소기업들은 전문 회계인력과 재원이 부족해 원칙 중심의 회계, 감사 기준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던 만큼 회계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고 위원장은 밝혔다.
 
그는 'ESG(친환경 경영·사회적 책임 경영·지배구조 개선) 확산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중요 과제로 꼽았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이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설립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을 내년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 기준 제정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입장을 적극 개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일·삼정·한영·안진·서현·중정·정진회계법인 대표들과 공인회계사회 김영식 회장, 회계기준원의 김의형 원장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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