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야구독립, 이제 순수한 야구인 출신이 KBO총재를 맡을 때

역대 14명의 총재 중에 10명이 정치인과 장관 출신
기업인 출신 4명은 특정 구단 편애 논란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경기력은 추락 중인 한국 프로야구
이제 순수한 야구인 출신이 총재를 맡을 때
선동열, 박찬호, 이승엽이 낙하산들보다 못할까

이한형 기자

1982년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4명의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있었다.
 
이 중에 정치인과 장관 출신이 10명이다. 나머지 4명은 기업인 출신이다. 지난 8일 사퇴한 정지택 23대 총재는 두산그룹 출신이다.
 
정치인과 장관 출신 KBO 총재들은 예외없이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날아온 낙하산들이다.
 
야구계에 대한 이해는 물론 야구룰도 잘 모르는 총재도 적지 않았다.
 
낙하산 출신 KBO총재들은 각종 비리나 정치적 사건에 휘말려 구속되거나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기업인 출신 총재들도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았다. 직전 정지택 총재도 정치권에서 이름이 오르내리고 개인 비리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기도 했다.
 
그 사이 40년 동안 한국프로야구는 적어도 흥행 면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 2년 코로나 사태로 타격이 컸지만 관중 800만 명을 넘나드는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인기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경기력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다. 최근 올림픽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국제대회에서 한국 프로야구 수준은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거기에다 일부 선수들의 술판과 음주운전, 승부조작, 도박, 폭행, 불륜 등 몰지각한 행위로 인해 팬들은 서서히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최근의 흥행부진을 코로나 탓만 할 수 없다.
 
한국 프로야구는 지금 위기라는데 야구인도 팬들도 공감한다.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10개 구단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차기 KBO 총재 선출을 논의하기 위한 이사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정지택 총재의 후임인 24대 KBO 총재를 선출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중이다.
 
KBO 규약에 따르면, 다음달 8일 까지 후임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
 
KBO는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총재 선출 방식을 논의했다. 각 구단들이 후보자를 추천하고 다음달 2일 이사회에서 압축하는 것으로 뜻이 모였다.
 
최근 10여년 사이 KBO 총재에 정치인이나 장차관들이 임명된 사례는 없다.
 
2008년 16대 신상우 총재를 마지막으로 야구판이 정치권의 입김으로부터 독립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에 야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 출신들이 총재직을 맡는 경우가 늘었다.
 
이번 새 총재에 후보에 NC다이노스 김택진 구단주와 SSG랜더스 정용진 구단주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의 극진한 야구사랑은 유명하다.
 
LG트윈스 구단주였던 구본능 전 KBO총재의 역할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특정 구단주 출신이 총재를 맡을 경우 공정성 시비를 피하기 어렵다.
 
구본능 전 총재 시절은 물론 정운찬, 정지택 총재 시절에도 특정 구단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 40년 역사에 아직까지 순수한 야구인 출신 KBO총재는 단 한 명도 없다.
 
이제 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해온 인사나 야구 선수 출신이 KBO총재를 맡을 때가 됐다.
 
정지택 전 총재는 퇴임사에서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할 때다. 이를 주도할 인물은 프로야구를 정말로 잘 이해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프로야구팬과 선수들의 입장에서 경기력의 수준을 높이고 야구행정을 개선해 흥행 바람몰이를 다시 가져올 인물을 찾아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인 선동열과 박찬호, 이승엽 등이 앞선 KBO총재나 기업인들보다 프로야구 행정을 못할 것이라는 근거가 없다.
 
진정한 야구독립은 야구인들이 중심에 설 때 그 빛을 발휘할 것이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