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극단적 선택까지' 500억원대 유사수신업 사기 일당 검거

가상화폐 등 투자를 미끼로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 피의자들이 차린 투자회사 사무실 모습. 부산경찰청 제공

임의로 만들어낸 가상 화폐와 전자복권 사업 투자를 미끼로 어렵게 노후자금을 모아온 중‧장년층 등에게 수백억원대 유사수신 범행을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실체가 없는 가상화폐의 가치상승에 기대를 걸었던 2600여명의 피해자가 눈물을 흘려야 했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사기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40대 A씨와 60대 B씨 등 2명을 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일당 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월부터 1년 7개월 동안 부산과 대구에 투자회사 2곳을 설립해 놓은 뒤 전자복권과 가상화폐 사업 투자를 미끼로 2600여명으로부터 552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 일당은 자신들이 발행한 가상 화폐나 전자복권 사업에 투자하면 투자금의 1%를 90차례 이상 지급하고, 그 이후에는 원금도 보장해주겠다고 피해자들을 현혹했다.
 
부산경찰청. 송호재 기자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있지도 않은 코인을 곧 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수익이 발생할 것처럼 허위 광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전자복권 사업의 경우 미국의 복권 당첨번호를 예측할 수 있는 AI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밝혀졌다.
 
A씨 일당은 실제 투자 수익은 없었지만, 신규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속칭 '돌려막기 수법'으로 오랜 시간 범행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저금리 시대에 수익률 높은 투자처를 찾아 나섰던 중·장년층들로 1인 당 최대 5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피해자는 자신의 아들과 지인에게 이 사업을 소개하며 10억 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가, 불법 유사 수신업체임을 알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일당은 이렇게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외제차를 사는 등 호화 생활을 누렸고, 숙박사업을 벌이기 위해 한 호텔을 인수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들인 호텔과 전세보증금 등 33억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했다.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최해영 계장은 "보전된 재산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해자들에게 돌아가게 돼 일부 피해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면서 "노인 등을 상대로 가상화폐를 미끼로한 사기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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