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대 최고 성적…성공한 애국주의 몰이
겨울 올림픽 유치 이후 동계 스포츠 육성에 적극 나서고 구아이링 등 중국계 미국인까지 중국 유니폼을 입혀 내보내는 등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중국 관영 매체와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메달을 딸 때마다 세계를 제패한 듯 환호하면서 애국주의는 절정에 달했다.
올 가을 시진핑 국가 주석의 공산당 총서기직 3연임을 앞두고 크고 강해진 중국의 모습을 스포츠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중국인들의 애국심과 단결력이 시 주석으로 모아지도록 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사실상 미국인인 구아이링이 얻든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 편파·오심 논란 속에 어부지리로 얻은 메달, 홈 어드벤티지 등을 감안하면 이번 올림픽에서 나타난 중국의 동계 스포츠 역량은 상당히 과대 평가됐다고 할 수 있다.
방역 올림픽…코로나 통제 위한 극단적 방역
하지만 선수와 취재진 등 올림픽 참가자와 일반인들의 인권이나 자유보다 방역을 우선 순위에 둔 결과 지난달 23일 이후 베이징에 들어와 폐쇄 루프에서 생활한 올림픽 출전 선수와 관계자 17만여 명 가운데 436명만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폐막식을 하루 앞두고 열린 IOC 총회에서 중국인들의 지지 속에 올림픽이 탁월한 성공을 거뒀다며 "우리는 폐쇄루프 안에 있었지만, 중국 국민의 대대적인 지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찬사를 보냈다.
보이콧으로 부각된 신장 인권…올림픽에 가려진 우크라이나 위기
그러나 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이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택했고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는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아 '하나가 되지 못한 올림픽'이라는 커다란 흠을 남기게 됐다.
주요국 정상이 빠진 자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과 관계가 원만한 중앙아시아 '스탄' 5개 국가 정상이 채웠지만 썰렁함을 감출 수는 없었다. 세계로부터 외면 당하고 있는 중국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장 출신 위구르족 스키 선수 디니거 이라무징과 2020년 중국-인도 국경 충돌 과정에서 부상 당했던 인민해방군 장교를 성화 봉송 주자로 내세운 것은 올림픽을 정치화 시켰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우크라이나 사태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예상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날짜였던 16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일촉즉발의 전운은 점점 더 고조되고 있다.
올림픽 열기에 묻혔던 우크라이나 사태는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물론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이 주요 플레이어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국가와 모두 원만한 관계인 중국의 입장에 관심이 쏠린다.
곳곳이 뇌관…올림픽으로 더 안 좋아진 한중관계
조선족이 고유 의상을 입고 나온 게 당연한 일이지만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쌓이기 시작한 반중 감정이 폭발했고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이 가세하면서 활활 타올랐다.
한국에서의 반중감정이 전해지면서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반한 감정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석연치 않은 쇼트트랙 판정에 대한 불만이 심판이 아닌 중국으로 향하면서 한중 네티즌 간에 자존심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불과 6개월 앞두고 벌어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확인된 반중·반한 감정은 미래 30주년을 그리려는 한중 양국 정부에 커다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